◆<권태명 스토리지텍 대표 taemyung-kwon@storagetek.com>
사회 초년기 누구나 그렇겠지만 힘들고 어색한 신입사원 시절을 보내고 그 후 나는 당당히 어카운트 매니저(Account Manager)가 되었다. 7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고객 15곳을 관장하며 영업, 기술지원, 서비스를 총괄하는 일이다. 나는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깊은 책임감과 의욕을 느꼈다. “최소한 회사에 누를 끼치지는 말아야지”. 지금 생각하면 순진하게 느껴지지만 그때 나는 그렇게 목표를 잡았다.
현황파악을 위해 우선 고객방문을 시작했다. 15곳이라 했지만 전국에 산재해 있었고 70년대 말이라 교통편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거금을 투자해 승용차를 하나 샀다. 승용차를 산 것은 일을 위해 내가 한 투자였다. 투자는 일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게 해 주니까. 그리고 고객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처음 한 바퀴 도는 데 두달이 걸렸다. 재차 방문을 했다. 이렇게 두번을 돌고 나니 고객이 무었을 원하는지, 그 동안 왜 불만이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영업사원은 계약이 끝나면 볼 수가 없다. 시스템확장이 있으면 다시 나타나고 계약이 끝나면 보이지 않는다. 기술지원요원은 서비스 콜(call)이 있을 때는 보이지만 이후로는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문의할 일도 있고 새로운 제품이나 솔루션에 관한 정보도 얻고 싶고 IT분야의 흐름도 알고 싶고.
고객 입장에서 보면 준비하고 검토할 사항이 어디 한두가지겠는가. 이것이 불만의 요지였다. 맞는 말이다.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심각한 문제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부서원을 3개조로 편성해 정기방문을 계속했으며 또한 업무일지를 쓰도록 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의 문의사항 중 미결사항은 없는지, 빠뜨린 사항, 지연된 사항은 없는지 점검이 가능토록 했다. 영업은 언제 하느냐. 정기방문이 영업이다. 기술지원은 언제 하느냐. 정기방문이 기술지원이다. 우리는 항상 고객과 함께 한다. 현장에서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