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이젠 게임산업이다

 ◆이정근 DDS사장 jglee@ddsdream.com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2001년 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00년 방송·영화·애니메이션·비디오·게임·음반 등 6대 문화산업의 시장 규모는 6조5000억원 규모로 연평균 24%의 고속성장을 이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산업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높은 성장률도 그렇지만 국산 문화상품이 최근 들어 외산을 제치고 국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것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학창시절 어렵게 마련한 카세트 라디오로 간간이 팝송을 즐기던 것이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내 음반시장에서 팝송 등 수입음반이 판매 10위권에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외국의 유명 성악가가 한국의 가곡을 번안해 국내에 출시하는가 하면 외국의 음반사가 국내 가수 섭외에 열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영화산업 역시 3년전 ‘쉬리’의 대박 신화가 탄생하기 전에는 국내 관객들로부터 푸대접을 당했다. 국산영화를 왜 돈주고 보느냐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영화가 흥행 여부를 떠나 관객동원 신기록 수립에 목표를 두고 있고 속칭 대작이라는 외국 영화들이 국내 영화 개봉일정을 피해가느라 눈치를 볼 정도다. 또 지금까지 가장 큰 리스크로 투자를 꺼리던 투자자들 역시 국내 영화가 가장 리스크가 작은 투자대상 1호라고 하니 세월이 변해도 한참 변한 셈이다.

 이처럼 국내 음반과 영화산업이 문화산업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어려운 시절에도 꿋꿋이 산업을 지켜온 업계 종사자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산업 가운데 연 1조1000억원을 넘는 게임 시장은 방송산업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온라인 게임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직 절대적으로 해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실정이다.

 게임산업이 여타 문화산업처럼 국내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 셈이다.

 첫째는 인내의 노력이다. 국내 게임산업의 역사는 불과 10여년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 산업으로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및 정책을 펴는 정부, 투자를 하는 투자자 그리고 사업을 영위하는 업계도 조급한 시각으로 아웃풋을 기대하기보다는 꽃망울을 맺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인력 육성의 노력이다. 하나의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당산업에 충분한 자금지원 못지않게 계속적인 고급인력이 유입돼야 한다. 더욱이 게임산업은 인재 집약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창시절에는 그토록 게임을 좋아하던 친구들도 막상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이 되면 다른 업종에 발길을 돌리고 만다. 마치 “애인과 결혼할 상대자는 다르다”는 개념과 동일한 것 같다. 정부와 업계에서는 이러한 고급 인력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셋째, 편식현상을 탈피하려는 노력이다. 국내게임산업은 유독 편식현상이 심한 분야다. 게임의 장르에서도 그렇고 플랫폼의 선택에서도 그러하다. 최근 온라인게임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온라인게임으로 뛰어들어 과열 경쟁을 빗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 것 같다. 정작 올해 본격화될 국내 비디오게임시장에 대한 게임 개발 등에 대한 대비책이 전무한 것은 더욱 안타까운 실정이다.

 넷째, 왜곡된 유통체계의 개선 노력이다. 게임은 개발 못지않게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유통채널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가의 주얼 게임 난립, 덤핑 그리고 불법유통과 불법복제 등의 왜곡된 시장의 형성은 산업으로의 정착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완성된 게임이 정상적인 절차와 정상적인 가격구조에 의해 유통될 수 있도록 개발사와 유통사 그리고 소비자가 다같이 노력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음반산업과 영화산업이 자리매김하는 단초를 제공한 서태지와 ‘쉬리’를 만들기 위해 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듯 이제 다음차례는 게임산업이라는 각오를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