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SK신세기의 합병은 유선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므로 유선시장까지 함께 고려한 합병인가조건 부과가 불가피하다.’
시내전화(98%)·시외(80%)·국제(60%)·초고속인터넷(50%)·전용회선(90%) 등 유선전화시장의 독과점적 사업자인 KT가 이동전화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과 SK신세기의 합병조건에 대해 강력한 태클을 걸고 나섰다.
SK텔레콤의 합병조건을 놓고 PCS사업자에 이은 KT의 태클은 이동전화시장에 의해 위축받고 있는 유선시장의 이의제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KT는 독과점적 사업자로서 정부로부터 부과돼왔던 주요사항을 SK텔레콤에 대해서도 동등하게 정부가 부과할 것을 은근히 깔고 있어 정부의 수용여부도 관심거리다.
◇SKT에 대한 KT의 인식=KT는 SK텔레콤을 더이상 이동전화사업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다.
KT는 SK텔레콤이 이동전화가입자에서 비롯된 풍부한 유동성 자산을 바탕으로 국제전화·시외전화·전용회선 등 유선시장을 공략, 일정부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한국통신과 PCS사업자로부터 과도하게 벌어들인 상호접속료를 바탕으로 엄청난 이익(2000년 5000억원, KT추정)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업자를 억누르고 있으며 나아가서는 합병비용도 경쟁사업자가 지불하는 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M접속료도 손대자=KT는 “SKT 접속료 수익의 64%를 차지하는 LM접속료와 관련해 KT는 원가를 그대로 책정했으나 SK텔레콤의 원가는 PCS사업자의 존재 및 정책적 지원으로 보다 높게 배정됐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 KT는 타사업자가 SK텔레콤의 합병에 소요된 비용을 부담하지 않도록 SK텔레콤 원가를 투명하게 책정해야 하며 접속료 산정 및 정산도 2년마다가 아닌 매년 당해연도 원가를 근거로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전화시장 진입 장벽도 철폐하라=이동전화사업자의 유선시장 진입은 자유로운 데 반해 유선사업자의 이동시장 진입은 매우 제한돼 있다는 게 KT의 인식이다. KT는 특히 무선인터넷시장의 폐쇄성에 대해서는 과민반응이다.
KT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은 이동전화시장에 대해서도 별정사업자의 참여를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러하지 못하다”며 “이를 위해 지배적사업자에 대해서는 이동전화재판매나 MVNO(Mobile Virture Network Operator)사업자 수용의무를 부과해야 하며 이 경우 원가에 근거한 도매요금으로 거래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무선인터넷과 관련해서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시장선점방지 및 이용자의 편익증진을 위해 유선사업자의 무선인터넷시장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음성전화와 무선인터넷서비스간 회계분리도=KT는 정부가 SK텔레콤과 SK신세기의 합병을 인가해줄 때 반드시 음성전화와 무선인터넷서비스간 회계분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KT와 달리 음성과 데이터서비스간 회계분리를 시행하고 있지 않아 서비스 상호간 내부보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KT는 판단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서비스간 회계분리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요금 및 접속료 산정시 원가의 왜곡을 초래하는 한편으로 원가 이하의 무선인터넷 요금책정을 유발, 신규사업자 또는 경쟁사업자의 무선인터넷시장 열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