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전제품의 경쟁력

 나노나 바이오 등 첨단기술이나 산업이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생활전자 쇼인 CES는 역설적인 것 같지만 무엇인지 새로운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9·11테러 이후로 상당히 많은 전시회가 미국에서 무산된 것과 달리 이번 CES는 차질없이 열렸으며 우리나라의 생활전자(가전)업체들은 개별적으로나 혹은 한국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 국내 가전산업이 건재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국내 산업의 흐름을 보면 그 중심이 초창기 신발이나 섬유와 같은 경공업에서 전자산업으로 옮아갔으며 전자산업 가운데도 초기에는 가전산업이 중심을 이루고 이후 컴퓨터에서 통신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탄 데는 세계 산업 추세를 내다본 정부의 산업 육성정책이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제 가전산업은 정부의 육성정책 우선순위에서 비껴나 있을 뿐 아니라 어쩌면 그냥 방치해도 되는 것과 같은 인식이 퍼져 있다.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장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렇지만 가전산업은 규모로 보나 또 중요성으로 보나 우리가 관심 밖에 둘 무엇은 아니다. 세계 가전산업의 전망을 보면 올해 957억달러에 이르고 또 내년에는 무려 10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것만 해도 그렇다. 시장규모가 큰 만큼 수출규모 또한 작지 않다.

 또 가전기술은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컴퓨터나 통신기술과 융합이 가속되면서 가정의 종합 미디어 시스템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디지털TV만 해도 그렇다. 그 시스템에 인터넷을 이용한 통신기능만 추가하더라도 활용분야는 매우 넓어진다. 영상전화나 원격제어 등은 어쩌면 일부에 불과할 수도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가전산업이라는 것이 우리가 입는 옷처럼 앞으로도 우리의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을 외국산 제품으로 충당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가전산업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당분간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모든 산업분야에 첨단이 있고 또 그러한 분야에는 부가가치가 높듯 가전산업도 그러한 점에서 예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가전업체들도 기능성이 높고 특화한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면 되는 일이다.

 특히 생활전자 제품은 많은 부품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품의 경쟁력이 곧 제품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전업체들은 우리의 부품업체들이 영세한 점을 감안해 첨단 제품이나 디자인 등에 정보를 활발히 제공함으로써 제품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

 또 이번 CES에서 드러난 것처럼 광대역 접속서비스나 디지털 이미지 기술, 엔터테인먼트 기능, 홈시어터 등은 우리 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추세다. 당분간 이러한 분야에 수요가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지닌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들의 중급 제품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높은 인건비로 인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품목들은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새해 가전업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