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말 많았던 온라인 우표제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온라인 우표제 실시를 추진해왔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이에 반대입장을 표명해온 e메일자유모임이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양측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이를 통해 발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스팸메일 방지를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아침에 메일박스만 열면 한가득 차 있는 스팸메일들로 상쾌한 기분을 망치곤 했던 이용자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기사였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실제로 온라인 우표제가 스팸메일 방지책인가 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는 온라인 우표제가 “기업발신 메일이 아닌 스팸메일을 차단하고 왜곡된 e메일 커뮤니케이션의 비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대량메일에 요금을 매겨 발송을 자제케 함으로써 스팸메일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대량메일, 즉 요금을 내는 메일은 합법적인 것이고, 그렇지 않은 메일은 스팸메일이라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불법 CD 판매자도 요금만 내면 얼마든지 떳떳하게 스팸메일이 아닌 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스팸메일은 수신자가 받기를 원치 않는 메일로, 발신자의 발송 건수나 과금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따라서 온라인 우표제가 자리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광고’라는 이름표를 달고 오는 메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메일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적극적인 광고, 홍보며 손쉬운 영업방식이다. 기업들이 얼마간의 요금을 문다고 해서 이 방법을 자제 또는 포기할 리 만무하다. 과금방식을 적당히 피해가거나 교묘한 편법을 동원한 또 다른 형태의 메일이 등장할 것이다. 요금을 물고 싶지 않은 음란물 판매자라면 999통을 보내면 그뿐이다. 반대로 요금을 문다고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영업·홍보 비용에 포함이 될테고 그 금액이 크든 작든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온라인 우표제 논의 일단락은 수신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 단지 온라인 우체국(다음)과 발신자(기업)의 요금제도 문제일 뿐이다. 요금별납 편지에 1000원짜리 우표를 붙여 보낸다고 그 내용까지 달라지는가.
따라서 기업이나 불필요한 정보의 생산자가 기업이미지나 수신자의 기분을 생각해서 메일을 보내지 않기로 마음먹기 이전에는 메일 이용자의 박스에서 스팸메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스팸메일 차단시스템이 나오기 전에는 기업을 포함한 발신자의 양심과 윤리의식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온라인 우표제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방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권태연 서울시 동대문구 면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