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근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jkchang@amed.snu.ac.kr
인간유전자 지도의 완성, 줄기세포(stem cell)의 복제, 인간 체세포의 복제 등 21세기에 들어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바이오기술(BT)을 접하게 됐다. 과연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신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의료환경에 어떠한 혜택을 주게 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지극히 큰 혜택을 주고 그 도구로 DNA칩과 단백질칩 등 마이크로어레이칩(Microarray chip)이 꼽히고 있다.
마이크로어레이칩은 DNA나 단백질 등을 기판 위에 미세하게 배열해 고정하고 분석대상 검체와 반응시켜 특정 DNA 혹은 단백질의 유무에 따른 반응양상을 분석, 유전질환 등의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것으로 국내외의 많은 업체들이 상품화를 완료했거나 준비중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어레이칩을 이용한 유전질환의 임상적 검사를 위해서는 바이오칩의 준비, 유전자 증폭 등의 분석대상 시료에 대한 복잡한 전처리 과정, 반응의 유도 및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이용한 데이터의 분석 등 복잡한 과정이 필수적이다. 또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숙달된 전문가와 고가의 다양한 부가장비가 필수적이다. 바로 이것이 환자에 대한 질환 진단용으로 DNA칩을 활용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있다.
이에 따라 실험자의 숙련도나 고가의 전용장비의 유무에 관계없이 검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DNA칩 등 일련의 바이오칩의 실험과정 자체를 소형의 플라스틱 칩 상에 구현하는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이 탄생했다. 이는 수 나노 리터에서 수십 마이크로리터의 시료를 정확하게 이송·분배·혼합하는 ‘극미량 유체제어 기술(마이크로플루이딕스)’과 극소형 일회용 플라스틱 미세 가공물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에 근간을 둔다.
랩온어칩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기술은 하나의 생물학 실험실, 혹은 임상검사실(-lab)에서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a-chip) 상에서(-on-) 간단하게 구현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플라스틱 칩을 구동하고 분석하는 부가장비의 소형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곧 실험실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실험과정에서 시료의 분배 등을 위한 파이펫 등의 스포이드, 각종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 등을 이용하지 않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실험 및 분석과정을 작은 플라스틱 칩 상에서 구현할 경우 현장에서 바로 의학적, 생물학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병원 및 실험실의 현장·보건소학교·전쟁터·환경조사 현장·산업현장 등 정보획득 수요가 있는 모든 곳에서 랩칩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 경우 기존의 DNA 칩은 랩온어칩의 한 부분으로 포함되며 DNA 칩을 검사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고가의 장비와 고급인력이 필요없게 된다. 의사는 환자의 곁에서 유전질환 검사, 혈액 검사, 간기능 검사, 독성 검사 등 일련의 검사를 즉각 수행하고 검사결과를 획득할 수 있게 되며 임상검사실의 검사 결과 통보를 기다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처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랩온어칩 기술을 이용하게 되면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의 채취가 최소화돼 환자의 고통이 줄게 돼 신생아나 소아와 같이 많은 양의 혈액 채취가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의료서비스의 질적개선은 WTO 체제하에서의 병원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 아울러 생명공학자들은 대형 공용 장비 없이도 고난이도의 연구와 신약개발 및 스크리닝 등을 수행할 수 있게 돼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는 등 산업적·사회적 파급 효과가 막대하다.
이렇듯 바이오멤즈와 랩온어칩 기술은 기술의 파급효과와 경제적·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은 신기술로서 21세기의 BT 혁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도구다. 바이오멤즈와 랩온어칩을 통해 우리는 보다 정확하고 많은 바이오 정보를 빠르고 편리하게 획득, 활용할 수 있다. 더불어 이 기술은 IT, BT, NT기술이 골고루 모두 필요한 첨단 융합기술로서 학제간 공동연구, 산학연 공동연구 및 개발이 필수적인 고부가가치 신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