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일본은 진다(?)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che@kotef.or.kr

중국은 뜨고 일본은 진다. 요즈음의 화두다. 2분법적 해석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이미 일본열도는 가라앉고 있다고 편안하게 단정지으려는 경향도 있다. 금융부실·기업의 과잉설비와 만성 적자구조·공기업 저생산성 등등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회자되던 용어들에 일본은 익숙해지고 있다. 이미 소니와 혼다가 브랜드로의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실제로 10년 만에 다시 일본 근무를 하게된 정부의 어떤 파견관도 10년 전보다 일본이 나아진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였다.

 TV드라마나 쇼프로도 천편일률적이고 백화점의 서비스 방식이나 기업의 운영방식도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특히 정부부문의 관료주의와 비생산성은 더 심해졌다고 한다. 경제관련 정부기관의 인원은 우리보다 4∼5배 많은데도, 매일 밤을 늦게까지 야근을 한다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저축률 또한 생산기술로 상징되던 일본의 경쟁력은 어디로 가고 환율에 의존하는 경제가 되었는지. 정말 일본은 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일본기업들이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R&D투자는 계속 늘리는 것에 주목을 해야한다. 지난 2년간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일본기업들은 계속 5∼6%의 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 우리는 IMF 경제위기 시에 2년간 연속 국가 R&D투자 비중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내내 영업적자에 시달리던 마쓰시타 전기는 설비투자는 줄였지만 R&D투자는 5800억엔으로 전년보다 6.6%나 늘렸다고 한다. 이는 도요타자동차, 소니도 마찬가지다. 대학들과 연구제휴사업을 늘리겠다는 기업도 50% 이상에 달해 미국식 산학협동이 일본에도 확산되고 있다.

 해외특허출원건수, 해외 R&D거점 확보, 정부의 기술진흥예산 등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일본이 구조적 중병을 앓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같이 기술진흥을 위한 연구개발 분위기가 식지 않는 한 일본은 간단하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자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