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구조조정의 한 축이었던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합병이 지난 11일 승인됨에 따라 합병 인가조건의 의미와 SK텔레콤의 향후 전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합병 승인을 놓고 최근 SK텔레콤과 후발사업자들의 설전이 있었던데다 유선의 강자인 KT도 견제에 나섰던 상황이어서 합병 이후 SK텔레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사다.
◇합병 인가 조건의 의미=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과 SK신세기통신의 합병 인가에 13개 조건을 내걸었다. 일반 규제가 아닌 합병인가 조건에 명시적으로 무선인터넷망 무조건 개방, 보조금 절대 금지, 주파수 보호대역 이용 금지 등이 포함됐으며 SK텔레콤의 점유율이 올라가 시장경쟁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정통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언제라도 SK텔레콤을 규제할 수 있다는 추가조건은 SK텔레콤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조건 때문에 SK텔레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들고 뛰는 꼴이 됐다.
◇SK텔레콤의 향후 전략=SK텔레콤은 앞으로 후발사업자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사업을 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이 경쟁여건 판단의 주요 척도라는 점에서 SK텔레콤은 앞으로 자사의 점유율 급등을 막는 동시에 1인당 통화량(ARPU) 증가를 통한 매출액 확대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특히 무선인터넷 부문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자사 유무선포털인 네이트 활성화, 유무선 e비즈니스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올해 무선인터넷 부문에서만 전체 매출의 10%를 넘는 1조원을 목표하고 있다. 시장경쟁이 음성전화에서 무선인터넷으로 곧바로 넘어간다는 의미를 담게 된다.
이와 함께 3세대(3G)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방안도 점쳐진다. 2G상에서 각종 규제로 고전을 겪기보다는 3G 준비에 속도를 더함으로써 국내 통신서비스의 분위기를 3세대로 전환시키는 동시에 타 사업자보다 빨리 2G 기반의 무선인터넷을 3G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자사의 합병 논의가 일단락됨에 따라 KT의 보다 철저한 민영화, 민영화 이후 시내망 중립 등을 요구하면서 최대규모의 통신사업자인 KT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한 KT시장에 대한 직접적 진출도 예상된다.
◇초미의 관심은 상호접속료=SK텔레콤의 합병 인가에 여러가지 조건이 붙었지만 초미의 관심은 상호접속료 문제로 압축된다. 후발사업자들의 SK텔레콤 공격이 여기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사업자에 대한 원가검증이 착수된 상호접속료 재산정작업에서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원가 산정시 합병비용 제외, 효율적인 유효경쟁체제 등을 요구하면서 SK텔레콤의 입지를 좁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인가 조건이 발표되자마자 후발사업자들은 “시장상황이 심각하므로 하루라도 빨리 추가적인 조치, 실제적인 유효경쟁체제 확립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매출액 점유율 제한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