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페르시아만 전쟁(걸프전)이 자동차 업계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겉모양만 화려한 차보다는 ‘험비(Humvee)’라는 민간 판매용 차량으로도 널리 알려진 오프로드 군용차량의 대명사 ‘허머(Hummer)’처럼 튼튼하고 실용적인 차량의 인기가 갑자기 높아졌다는 점이다.
내충격 하드디스크 전문업체인 캘리포니아주 리버모어 소재 멤테크 SSD(memtech.com)가 자체 개발해 군사용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콤팩트 플래시 타입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멤테크의 하드디스크는 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한 플래시 디스크 드라이브로 성능면에서 기존 컴퓨터에 사용하고 있는 하드디스크를 압도한다.
그러나 이른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olid-State Disk)’로도 불리는 이 제품의 최대 특징은 종전의 하드디스크와 달리 회전 동작부가 없어 모터 회전으로 인한 소음이 없으며 또 충격과 진동에 매우 강하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장점은 한마디로 군사용으로는 더 바랄 나위가 없는 것으로 멤테크도 이 ‘초강력’ 하드디스크를 이미 미군에 납품하고 있다.
미군측에서는 이 제품에 대해 핵폭발에 수반하는 전자기 충격파도 견딜만큼 외부 충격에 강하고 미국이 적군에 생포될 경우에도 순식간에 저장된 정보를 지울 수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 높이 사고 있다.
군사용으로 매우 적합하다는 특성 때문에 멤테크의 전체 매출에서 정부 납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할 정도로 크다.
멤테크 하드디스크의 성능은 이 회사의 ‘경이적인’ 반품 현황을 살펴보면 쉽게 입증된다. 멤테크가 지난 93년 이후 출하한 하드디스크 1만여개 중에서 반품된 제품은 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래리 슈스터 부사장은 “평생 환불 보장을 약속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환불을 요구받은 기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멤테크 하드디스크의 견고성을 증명하는 사례는 더 있다. 슈스터 부사장에 따르면 과거 고도 12만7000피트에서 비행중이던 미 항공우주국(nasa.gov)의 기상관측용 풍선이 버지니아 고속도로에 추락해 박살났을 때도 이 풍선에 설치돼 있던 멤테크 하드디스크는 겉모양은 크게 망가졌지만 수록된 정보는 전혀 손실이 없었다는 것이다.
멤테크의 활용범위는 지구 바다밑에서 저멀리 화성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하다. 멤테크 제품은 화성탐사 로봇인 ‘로버’, 잠수함, 미사일 등에도 탑재돼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미군의 최첨단 장비에도 멤테크 하드디스크가 달려 있다.
슈스터 부사장은 “멤테크 하드디스크는 워낙 활용범위가 넓고 극비리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우리조차도 어느 분야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 제품의 단점이 있다면 일반인은 엄두를 내기 어려운 높은 가격이다. 일반 PC에 탑재되는 기존의 20Gb 하드디스크 가격은 많아야 100달러지만 멤테크의 동급 플래시 디스크 드라이브는 무려 2만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슈스터 부사장은 이에대해 민간판매용으로 출시된 허머 1호가 인기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 10만달러에 팔린 뒤 가격이 계속 떨어진 것처럼 일반 소비자들의 구입이 늘어난다면 가격은 그만큼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제품의 탁월한 성능을 감안한다면 가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