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개방과 공유의 정신

 ◆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다. 북한 역시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로 인식하고 있다. 남북 모두 정보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추구하는 남북통일 역시 하나의 통일된 정보사회로서 민족 정보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현재 남북의 정보화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정보 분단도 존재한다. 심지어 이산가족간 정보교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보화 현실이다. 민족 정보공동체는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립될 것이다.

 먼저 남북의 정보화 수준 차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북한의 취약한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좀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다. 시대착오적인 바세나르협약과 같은 폐쇄와 배타는 개방과 공유를 기본정신으로 하는 정보화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개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대미 자주외교며 자주적인 대북정책의 추진이다. 미국의 헤게모니 아래 있는 지구화·정보화시대에 자주성 없는 정보공동체란 정보식민주의로 귀결될 뿐이다.

 인터넷 등 남북 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남북 사이에 정보교류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정보의 완전 자유교환은 어렵겠지만 필요하고 가능한 부분부터 정보를 상호 개방하고 공유해 나가야 하며 그 폭을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정보화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아울러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주체성’의 과잉으로 ‘현대성’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정보화의 부정적 측면에 주목하기보다 정보화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하는 좀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보화를 위해 북한 역시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방을 통해 주체성을 강화하는 열린 자주로서 정보화를 추구하는 진정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이 점에서 최근 북한이 중국에 설립한 실리뱅크 웹 사이트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민족 정보공동체를 위한 남북간 정보개방과 공유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정보통신 분야 과학기술의 상호 개방과 공유다. 최근 남북간에 과학기술 분야의 정보교류와 협력이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는 바 이 역시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IT 협력사업 역시 생산요소의 상호보완성뿐만 아니라 특히 기술적 상호보완성에 기초해야 한다. 기술교류와 공유없는 IT 협력이란 진정한 의미의 협력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IT 협력이란 첨단기술 분야의 정보를 상호교류하고 공유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민족 정보공동체는 단순히 정보와 기술, 자본과 노동 그 자체에 바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그 정신, 특히 개방과 공유의 정신에 바탕하는 것이다. 개방과 공유의 정신은 남과 북 모두에 공히 요구되는 것이며 그 출발점은 우리의 대북 폐쇄성과 배타성부터 자각하는 것이다.

 민족 정보공동체의 구현에서 과학기술 정보의 상호교류와 공유보다 중요한 것은 민족적 가치와 정신의 상호교류와 공유며 이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고양하는 것이다. 남북의 정보화가 개인적 정체성마저 ‘세계화’ 속에 용해시키며 민족적 정체성을 해체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주체화에 기초한 세계화로서, 민족 정보공동체에 바탕해 세계 정보공동체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개방적인 남북 정보공동체의 구현은 남에는 주체성이 강화되고 북에는 현대성이 강화되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정보화는 수직적인 일방적 힘의 행사가 아니라 양방향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같음과 아울러 다름을 전제로 한다. 자신의 잣대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념과 제도의 차이로 남북간에는 아직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제약일 수는 없다. 차이는 다양성이며, 다양성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정보교류와 공유를 통해 상호이해와 신뢰를 쌓으면서 남북 연대성 및 공동체성을 끊임없이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