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쏟아져 나오는 하이테크 제품을 살펴보면 마치 ‘고배속으로 돌아가는(fast-forward)’ 비디오를 감상하는 것 같다. 전세계 정보기술(IT) 관련 업체들이 거의 매일 쏟아내는 하이테크 제품의 핵심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관련 분야 전문가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로 창업하는 하이테크 기업들의 운명을 예측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느날 갑자기 신개념의 제품을 개발해 혜성처럼 등장했던 벤처기업들 중에서도 상당수는 마케팅에 실패,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IT분야 하이테크 기업은 어떻게 성공하고 또 원치않는 위기를 극복하는가.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하이테크 기업을 잉태하는 기술 개발부터 벤처 투자자금 유치와 변신 그리고 위기 극복과정 등을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편집자
(1)기술 개발:프린스턴옵트로닉스
하이테크 기업을 탄생시키는 토양은 신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기존의 IT 및 제품의 성능을 개량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를 화학·물리 등의 기초 과학과 접목시키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미국 뉴저지 주에 있는 프린스턴 옵트로닉스(http://www.princetonoptronics.com)는 신기술이 기업 성공에 어떤 열쇠를 쥐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 93년 설립된 프린스턴옵트로닉스는 고출력 레이저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turnable lasers)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인도 출신인 추니 고쉬 회장은 지난 76년 인도 뭄바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갈륨비소(GaAs) 반도체 전문가였다. 그는 90년부터 약 3년 동안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사노프연구소에서 GaAs 반도체를 이용해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다가 지난 93년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그 동안 연구비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미국 정부가 지난 94년부터 ‘별들의 전쟁’으로 더 유명한 전략방위개념(SDI)을 시행하면서 적의 미사일을 지상에서 요격할 수 있는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프린스턴옵트로닉스도 지난 5년 동안 미 고등연구기획청(DARPA)으로부터 총 150만달러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다양한 레이저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아직 미사일을 격침시킬 만큼 높은 출력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개발한 레이저는 기존 제품에 비해 레이저의 파장이 짧은 데다가 빛의 굴절과 방향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성형수술 등 의료분야는 물론 반도체 설계 및 광통신 네트워크 건설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습득한 레이저 관련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방사선 탐지기와 휴대폰 및 기지국 부품 등을 판매해 42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프린스턴옵트로닉스는 총 120명의 직원 가운데 100여명이 연구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술 개발에 쏟아 부은 자금만도 5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매출액보다 많은 연구개발 투자는 대부분 벤처캐피털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충당하고 있다.
프린스턴옵트로닉스는 2000년 초 인텔캐피털로부터 500만달러를 투자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해 6월 세인트폴벤처캐피털과 테크놀로지벤처파트너스 등이 주도한 2차 펀딩에서 2500만달러를 추가로 조성해 올해 상반기에 고출력의 터너블 레이저 상용제품 출시를 목표로 막판 연구개발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10년째 레이저 개발, 한 우물을 판 프린스턴옵트로닉스는 하이테크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기술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이 시리즈는 5회 게재 할 계획임>
(1) 기술 개발
(2) 투자 유치
(3) 변신
(4) 마케팅
(5) 시련과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