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잇따라 터진 무슨 무슨 게이트에다 최근 패스21 사건까지 겹치면서 벤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얘기하는 것이지만 일련의 벤처 관련 사건은 벤처가 아니면서 벤처 행세를 하는 기업, 벤처를 앞세워 단물은 다 빼먹고 벤처의 의무와 역할은 게을리한 기업인이 문제가 된 것이다. 상당수의 벤처는 몇몇 문제가 된 기업의 사례가 전체 벤처기업의 싹을 자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또 하나의 벤처기업에 관한 소문으로 업계가 뒤숭숭하다. 엄밀히 말하면 소위 잘 나가던 벤처기업의 몰락 스토리다. 많은 벤처기업이 숨죽이고 있는 마당에 “또 벤처 얘기냐” “벤처가 아닌 곳을 자꾸 벤처로 이름붙이지 말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쁜 관행이 습성화된 벤처기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교훈은 공유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기업용 솔루션을 공급하는 A사는 한때 직원이 200명 이상 되는 잘 나가는 벤처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사세가 완전히 기울었다. 현재 40명 안팎까지 인원이 줄어들었으며 그나마 6개월이 안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조직력이 말이 아니다. 당초 세 자릿수가 넘는다는 매출도 두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EO는 지금 체불임금으로 몇 건이나 되는 소송에 걸려 있는 상태다. 수백만원에서 1000만∼2000만원까지 임금과 퇴직금을 못받은 직원이 50∼60명에 이른다고 한다. 때문에 소송과 경영악화를 견디다 못해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더욱 안타가운 사실은 임금을 체불하면서 따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 그럴듯하게 나돌고 있다.
한때 수출우수기업·우량중소기업·기술혁신기업으로 자주 거론되며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모범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하던 기업이 끝없이 추락을 하고 있는 점에서 몹시 씁쓸하다.
그러나 A사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말이다. 과장된 매출실적 발표에 서류상의 수출 노름, 대대적인 홍보, CEO 개인의 허황된 사업구상까지 하나같이 어두운 결말을 보여주는 행적이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악의’가 있은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적당히 피운 요령과 과장된 행보가 더 큰 거짓말을 만들고 결국 이것이 기업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 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도 결국 제자리를 못찾게 된다. 의도든 아니든 벤처가 투명성을 소홀히 하는 순간 그 생명력까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조인혜 IT산업부 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