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들에 있어 기억하기 싫은 한 해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가 유럽, 일본, 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IT 지출 위축으로 그 어느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특히 소프트웨어업체들보다도 PC, 서버 등 하드웨어업체들이 더 타격을 받았는데 실제 PC의 경우 15년 만에 판매량이 줄기도 했다. C넷(http://www.cnet.com)은 최근 세계 IT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 HP, e베이, 야후, 시스코, 아메리칸온라인, 인텔, 델컴퓨터, 오라클, 레드햇 등의 최고경영자들과의 대담을 게재했다. 이를 통해 이들 CEO가 보는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본다.편집자
스콧 맥닐리
솔라리스라는 중대형 컴퓨터로 유명한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이하 선)의 최고경영자 스콧 맥닐리는 ‘실리콘밸리의 백상어’ ‘IT업계의 독설가’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독설로 유명하다. 하키, 골퍼 광인 그는 지난 82년 선을 창립, 세계적 IT업계로 성장시켰다.
최대 고객인 닷컴기업의 흥망과 함께 명암을 같이 해온 선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12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으며 이의 여파로 대규모 감원이라는 칼날을 휘둘러야만 했다. 게다가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장밋빛이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메리디엔리서치(http://meridien-research.com)에 따르면 선의 최대 고객인 금융서비스 업체들의 하이테크 지출 비용이 지난해 360억달러였지만 올해는 이보다 22억달러 준 338억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업체간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선이 최고를 달리고 있는 290억달러 규모의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도 선은 이미 IBM, HP 등 경쟁업체들에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다.
선의 최대 성공 중 하나는 역동적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 분야다. 자바는 비록 MS의 데스크톱 운용체계 지배력 약화라는 임무는 실패했지만 기업서버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히트를 하고 있다. 또 이동통신 단말기 업체들도 속속 자바를 지목하고 있는데 세계최대 이동전화 업체인 노키아는 올해 자바 휴대폰이 최소 50만대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천명을 3년 앞둔 올해 47세의 맥닐리 CEO는 여전히 “우리는 어려운 위치에 있지 않다”며 특유의 자신감을 비추며 올해가 부활의 해가 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현재 선의 많은 대기업 고객들은 선의 단순성과 편식을 비판하고 있다. 즉 선의 서버에 다른 업체들의 PC나 메인프레임, 운용체계 등을 같이 사용할 수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경쟁업체인 델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델은 선의 이러한 위치를 “80년대의 애플과 비슷하다”고 풍자하고 있다. 델은 당시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는 다른 업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호환이 안돼 결국 시장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예를 들어 “선은 서버 시장의 애플”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델은 로엔드시장에서 선의 서버 사업을 잠식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위협은 IBM이다. 인터넷으로 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e헬스인슈어런스가 좋은 본보기다. 이 회사 최고기술임원 셀돈 왕은 “신뢰성 때문에 선 E4500서버를 구축, 하루에 약 1억건의 데이터베이스 거래(트랜잭션)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젝트에 필요한 새 시스템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서비스 등이 복합적(패키지)으로 제공되는 IBM의 제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의 이러한 불만을 반영해 맥닐리 CEO는 앞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서비스, 스토리지 등에 더 무게중심을 둘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C넷은 그의 리더십, 비전, 경영능력에 대해 각각 A-(리더십), B(비전), B-(경영능력 )의 점수를 주며 때론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이는 캐릭터로 곤혹을 치르는 그가 20세 청년 선을 어떠한 모습으로 변신시킬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