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R 윤석호 사장
최근 들어 PC 게임이 잇따라 온라인 게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 업체는 당초 PC 게임으로 출시된 작품을 온라인 게임으로 전환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또 다른 PC 게임업체 역시 패키지 형태로 출시된 PC 게임을 온라인 게임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작업 중이다.
PC 게임의 온라인화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원소스 멀티유저 전략에 따른 수익향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속내를 보면 확실한 수익이 되는 온라인 게임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PC 게임 이용자에게 온라인 대전의 새로운 재미를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용이하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수십만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은 비단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생력을 갖춘 세계적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아케이드·PC·비디오 게임 등의 80% 이상이 외산임을 감안한다면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만이 유일하게 경쟁력 있는 분야로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단순히 수치적인 계산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게임의 가파른 성장은 지난해 초부터 불어닥친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와 최근 3D 온라인 게임의 인기와 맞물린 결과다.
온라인 게임은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고성장·고부가가치산업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성장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결국 온라인 게임업체는 제한된 국내 게임시장 환경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이는 비단 신생업체와 후발업체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최근 3D 온라인 게임의 유료화를 단행한 후발 업체가 한 달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처럼 성공한 온라인 게임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게임이 개발비와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온라인 게임은 그만큼 위험 요소도 많은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게임의 성패가 게임업체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업체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선결과제를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틈새시장(니치마켓)을 노려 특화된 게임으로 승부해야 한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장르는 아직 롤플레잉 장르에 편중돼 있다. 대부분의 게임 이용자는 비슷한 장르라면 이전에 즐기던 게임을 계속 하려는 성향이 많다. 따라서 기존 장르와 차별화된 작품으로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
해외 시장 진출 등 수익채널의 다변화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온라인 게임업체가 대만·중국·일본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PC방 기반의 내수 시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업체로서는 시장 규모 면에서 훨씬 큰 해외 무대로의 진출을 신속히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 그들의 문화와 취향에 맞는 세계적인 게임 콘텐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 게임 기획에서 그래픽의 깊은 맛에 이르기까지 좀더 세계적인 취향에 맞는 고도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게임이라도 해외에서 성공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현지화의 중요성을 역설해준다.
온라인 게임업체는 캐릭터를 비롯해 다른 산업과 연계한 원소스 멀티유즈를 통해 다양한 수익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층이 구매력이 높은 10대와 20대인 점을 고려해본다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이용해 팬시·완구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산업과의 연계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온라인 게임 시장이 과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안으로는 선두업체와 신생 후발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밖으로는 중국·대만·일본 등 후발 온라인 게임업체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온라인 게임업체는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전략적으로 접근해야만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