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벤처불신 극복하자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

 

 한때 벤처기업은 성공의 보증수표로 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부 벤처기업이 각종 ‘게이트’에 잇따라 연루되면서 이제는 부도수표로 비춰지고 있다.

 벤처기업은 분명 전반적인 경제불황의 한 축을 이루고 있고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비리와 부정을 답습하는 모습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섣부른 확대해석이나 근시안적인 매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벤처기업이 매우 비중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용창출, 수출증대, 산업구조 조정 촉진 등 경제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변화까지 주도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벤처기업이 가진 수평적, 인간 중심적 기업문화와 능동적인 조직분위기가 사회문화 전반에도 파급돼 권위적이고 경직된 풍조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 특유의 도전정신 또한 새 시대를 이끌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불미스런 사건들은 기업의 존립근거가 영업이익이라는 기본 전제를 간과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익실현의 과정과 방법을 도외시하고 많은 돈을 버는 것만 목적으로 생각하면 성급하고 근시안적인 의사결정으로 자칫 기본에서 이탈하게 된다.

 차근차근 영업이익을 쌓기보다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금을 늘리는 일에만 신경을 써서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투자유치 등에 관심을 쏟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권을 노리는, 순수하지 않은 자금과 사람이 개입되고 기업은 기본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이제는 기업의 존립근거가 영업이익이라는 기본 명제를 재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벤처기업들은 당장 영업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많은 수익이 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다듬어야 한다. 투자받은 자금은 철저한 사업계획 아래 핵심역량을 강화하거나 신규사업에 투자해서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또한 벤처기업은 투명한 경영과 기업 이익의 공평분배를 통해서 바람직한 경영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성장에 따른 이익은 스톡옵션과 배당 등의 제도를 통해 주주와 조직구성원에게 나눠줘야 할 의무가 있다.

 벤처산업을 제조업과 비교하거나 심지어는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산업의 여러가지 측면 중에서 사업영역이나 사업 아이템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영관행이라고 생각한다.

 벤처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현재 수익성이 낮다 하더라도 미래에는 많은 이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경영 관행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 크게 작용한다. 즉, 많은 이익을 낼 경우에는 공정하게 이익이 분배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잘못된 기업 관행을 흉내내는 일부 벤처기업의 모습은 그 기업의 미래가치와 경영의 투명성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불신감을 주어 건전한 벤처산업의 성장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벤처산업이 우리경제의 중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벤처산업이 지금보다 좋아지기 위해서는 벤처기업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은 물론 주주와 정부의 노력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투자자는 투자대상기업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한국 증권시장의 경우 다른 국가의 증권시장에 비해 개인투자자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므로 이 점은 개인투자자에게 더욱 강조된다.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주식시장을 일종의 도박장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투자와 투기는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대상 회사의 기본적인 재무상황이나 경영전망 및 위험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중한 분석이 선행된 투자라야 한다.

 정부는 벤처 육성정책을 시행할 때 자금지원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인프라 구축 등 간접적인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이라도 만들어놓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단명할 수밖에 없다. 창업 이후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장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벤처산업이 한국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큰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 고비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