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업계의 투자위축

 올해 국내 전자·전기업종의 시설투자가 지난해보다 38%나 감소할 전망이라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는 참으로 우려되는 일이다. 이 전망은 제조업 전체 평균 감소율 13%보다도 훨씬 크다.

 세계적인 경기회복으로 당연히 국내 경기도 호전될 것이고 낮은 금리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아 기업체들의 투자가 늘 것이라는 생각에 허를 찔린 듯하다.

 물론 이번 전경련의 조사 결과는 올해 기업체들이 지난해보다 설비투자를 크게 늘릴 것이라는 종전 경제연구소들의 조사 결과와도 크게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전경련의 조사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사 대상이 주요 500개 대기업이며 조사 시기도 최근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 전자업체의 미래는 보장받기 어렵다. 기업체들의 장래 비전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유능한 인적자원 확보와 투자다.

 특히 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전략상품을 남보다 한발 먼저 내놓아야 하는 기업환경에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없이는 희망찬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다.

 또 기업부문의 투자 없이는 견실한 경제성장도 어렵고 경기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투자가 선행되지 않고는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 수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투자위축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어야 할 것이다.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기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경기가 극히 침체돼 수익이 크게 줄어든 이후라 감히 투자 엄두를 못내고 관망하는 것은 수긍이 가는 일이다.

 또 평상시 같으면 많은 투자를 계획했을 법한 입체들도 구조조정을 하거나 또 외국업체와의 제휴나 합병 등을 추진하고 있기 대문에 투자를 보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일부 아시아 국가가 경기회복에서 소외될 가능성과 또 우리의 경쟁국인 일본의 엔저현상이 우리의 수출상품에 대한 경쟁력을 한층 약화시킬 수 있는 점 등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점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이 많이 감소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득이 됐다 하더라도 기업체들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켰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올해는 선거까지 앞두고 있다. 정치권력의 향배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마음놓고 투자할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체들의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는 환경조성에 힘을 쏟아야 하겠다. 기업체들이 설비투자에 있어 애로사항으로 각종 제도 및 규제를 꼽은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행정규제나 간섭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는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아야 할 일이다. 아울러 민간 부문의 자율을 더욱 확대해 기업체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