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사단의 헌병참모 김영팔 중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로 배속된 ROTC 장교를 대상으로 50분 동안 군법강의를 해야 하는데 재미있는 과목도 아니고 피교육자란 강의가 시작되면 졸리기 마련인데 졸리지 않게 하는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없냐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ROTC 장교 출신이니 경험담 하나만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헌병참모의 강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러분의 선배 한분이 처음 전방에 도착했을 때 심정을 이렇게 말합디다. ‘기차를 타고, 트럭으로 갈아타고 흙먼지가 자욱한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니 보이는 것은 온통 산과 계곡뿐이야. 이게 전방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군. 사단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교육은 시작되었지. 강의가 시작되면 졸리기 시작하고 휴식시간이 되면 정신이 말짱하고. 다시 강의가 시작되면 졸리고. 이렇게 첫날 교육이 끝났지. 잠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군.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는데 남은 세월은 어떻게 보내나 하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더군. 그래,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바에야 제대로 하자. 그러나 무엇인가 하나는 배우고 나가자.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더군. 다음날부터는 교육중 전혀 졸음이 오지 않더군. 무엇인가 하나는 배우고 나가야 하는데 졸음이 오겠는가’라고 말입니다.”
장교 중의 한명이 질문을 했다. “그 선배님은 군에서 무었을 배웠다고 하시던가요?” “자, 벌써 20분이 지났으니 군법강의를 시작합시다. 강의가 끝나기 전에 다시 선배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군법강의는 무난히 잘 끝났다.
그 친구는 군대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서도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중간보고’다.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으면 그 지시사항이 종결될 때까지 수시로 상사에게 변동사항을 보고하고 지침을 받고 수정하여 시행하는 과정이 ‘중간보고’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사와 부하는 항상 같은 선상(맥락)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중간보고는 좋은 결과를 낳게 한다. 또한 가장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다. 혹시 군생활을 경험했다면 그 중에 무엇인가 하나를 찾아 오늘부터 활용해 보자.
<권태명 스토리지텍 대표 taemyung-kwon@storaget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