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국내 증권사에는 시큰둥한 국내 상장회사.’
지난 10여년 외국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이던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리서치 담당임원)가 직접 피부로 느낀 점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는 많은 상장·등록기업이 국내 애널리스트에게는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데 반해 외국계 분석가에게는 풍부한 자료와 사업계획을 오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체계가 잘 갖춰졌다는 국내 대표기업도 몇 년 전부터는 먼저 외국인 대상의 기업설명회(IR)를 실시한 다음 국내 기관과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것을 관행으로 하고 있다. 또 적잖은 벤처기업이 부정적 내용의 리포트를 작성한 국내 애널리스트에게는 향후 회사 탐방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액면 그대로라면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이 외국인이라는 것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수한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이고 기관과 개인은 그 반대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애널리스트는 이런 현상에 대해 정보의 접근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기업이 외국계 증권사에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인색함이 없지만 국내 애널리스트에게는 다소 늦거나 차별적인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개별기업의 주가는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에는 민감한 반면 국내 증권사 분석자료에는 움직임이 미미하거나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외국인이 집중매수하며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끈 종목은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에서 긍정적 내용의 리포트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국내 애널리스트의 실력 부족을 정보 제공의 차이라고 변명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또 국내 분석가는 사후발표를 약속하고도 바로 자료를 만들어내 회사를 곤란하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계 분석가가 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췄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가 중 상당수는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국내 증권사에는 사실 확인마저 안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정보공유’와 ‘공정한 게임’을 위해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증권금융부·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