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을 인터넷으로 시청하려던 네티즌들의 꿈이 사실상 좌절됐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지는 한일 월드컵의 TV 및 인터넷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미디어 그룹 키르히가 인터넷 중계권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월드컵을 웹으로 생중계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번 키르히 그룹의 결정은 인터넷 중계권을 판매할 경우 TV 중계권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인터넷의 특성상 국가별로 중계권을 팔기가 불가능한 데 다 웹 중계시 화질이 예상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기술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 하이라이트나 주요 장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실제로 키르히 그룹 관계자들은 월드컵 공식 웹 사이트를 구축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야후와 이 문제를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일본의 이동전화 업체들과도 휴대폰을 이용해 월드컵 하이라이트나 주요 장면 모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웹 중계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대부분의 유럽 직장인들은 한일 월드컵을 시청하는데 많은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아시아의 지리적 차이로 인해 한일 월드컵의 주요 경기가 유럽 시간으로 대부분 오전에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축구에 열광하는 유럽인의 특성상 빅 게임이 펼쳐지는 시간에는 많은 직장인이 TV 수상기 앞으로 몰려들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시청률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원래 한일 월드컵의 웹 중계를 기대한 것도 이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유럽 직장인들의 시청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한편 이번 키르히 그룹의 결정은 유럽 프로축구의 웹 중계가 막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져 대조된다. 세계적으로 많은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영국 프레미어리그의 경우 최근 리버풀 축구클럽과 그라나다TV가 조인트 벤처를 결성, 오는 22일부터 인터넷 축구 중계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 경기가 될 리버풀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간의 게임은 킥오프부터 약 4시간에 걸친 전과정이 시청자 주문형 방식으로 전세계에 웹 중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