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노르웨이, DVD 복제SW 개발한 10대 청소년 재판 회부

 노르웨이 정부가 DVD 복제 소프트웨어를 제작한 한 10대의 청소년을 컴퓨터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유럽의 컴퓨터 해커들과 인터넷 운동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노르웨이 경찰청은 DeCSS라는 DVD 복제 프로그램을 개발한 욘 요한센을 새로 제정된 컴퓨터범죄 방지법 위반혐의로 법원에 기소했다. DeCSS는 DVD에 내장된 복제방지 시스템을 해체해 DVD영화를 컴퓨터로 복제하거나 인터넷으로 전송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는 경우 요한센은 최고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요한센은 아직 18세의 청소년에 불과하지만 컴퓨터 해커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로 통하고 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 DeCSS를 개발한 이 방면의 실력파이기 때문이다. 일부 해커들은 벌써 뉴욕에서 그를 지지하는 시가행진을 벌였을 정도다.

 요한센은 DeCSS의 개발동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 DVD플레이어 없이 영화를 컴퓨터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이 프로그램 덕택에 영화업계는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한센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인터넷을 통해 대량 유포시켰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당국에 따르면 요한센은 지난 99년 DeCSS를 인터넷에 올려 놓았으며, 그후 단 석달만에 이 프로그램은 다운로드 횟수 5000번이 넘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노르웨이 당국이 요한센을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도 할리우드 영화업계가 이 프로그램이 전파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직후 이루어진 일이다.

 노르웨이 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저작권 침해사건으로는 다루지 않고 있다. 대신 요한센이 DVD 복제 방지시스템을 해킹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해킹 부분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요한센의 변호를 맡고 있는 로빈 그로스는 “누구든 자신의 개인 소유물을 해킹한 혐의로 처벌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요한센은 자신이 소유한 DVD를 자신이 소유한 리눅스 컴퓨터로 보기 위해 변형한 사실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전자국경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처럼 테크놀로지를 통한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많은 인터넷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DeCSS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이제까지 최소 3차례에 걸친 법정소송이 벌어진 바 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이 프로그램의 유통을 금지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한 바 있으나 현재 이러한 결정 자체가 대법원의 재심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DeCSS가 개발된 노르웨이에서는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법정분쟁이 이제까지 한번도 없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노르웨이 정부의 요한센 기소결정은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미국 등 여타 국가의 유사 법정분쟁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의 컴퓨터 해커들과 인터넷 운동가들이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