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3세대 이통 서비스 `대회전`

 일본의 제3세대 이동통신서비스(IMT2000) 시장을 놓고 NTT도코모·KDDI·J폰 등 일본 3대 이동통신서비스업체가 시장 공략을 위해 초기서비스를 개시하고 마스터플랜을 내놓는 등 시장쟁탈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본 이동통신 시장은 79년 제1세대로 일컬어지는 아날로그 방식의 자동차전화서비스가 개시된 것을 시작으로 93년 디지털 방식의 제2세대를 거쳐 제3세대 이동전화로의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선점에 나선 NTT도코모=지난해 10월 일본에서 가장 먼저 제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선보인 NTT도코모는 ‘최초’라는 이점을 살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NTT도코모가 선보인 제3세대 이동통신은 WCDMA 방식을 채택한 ‘포마’.

 일본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이끌어온 NTT도코모는 ‘i모드’를 서비스해온 노하우를 살려 콘텐츠 품질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미 11월부터 일본TV·TV도쿄 등 민간방송국과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등 음반사를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 주요 28개사를 참여시켜 영화 예고편·뉴스·음반 홍보용 등으로 15초 정도의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휴대폰 메이커인 핀란드의 노키아와 제3세대 이동통신과 관련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 화면에 홈페이지 등을 표시하는 기계언어 △인터넷을 이용한 e메일 송수신 기술 △휴대폰에서 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솔루션 등 제3세대 휴대폰에 필요한 관련 기술의 표준화에 상호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노키아는 NTT도코모의 ‘포마’ 서비스용 휴대폰 단말기를 올 가을부터 일본에서 판매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NTT도코모는 수도권에 한정돼 있는 포마 서비스를 3월 말에는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한다. 이 회사는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개시하는 2004년 3월까지 가입자 수 6백만명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CDMA방식을 앞세운 KDDI=NTT그룹와 함께 일본 양대 이동통신서비스회사로 꼽히는 KDDI는 NTT도코모의 독주를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KDDI는 지난해 12월부터 CDMA방식의 이동통신서비스인 ‘au’를 통해 동영상서비스를 개시했다. ‘au’ 서비스의 전송속도를 높여 제3세대 이동전화서비스를 일부 구현시킨 ‘무비 휴대폰’ 서비스를 개시해 제3세대 이동전화 시장 진입을 위한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 서비스에 비해 최대 통신속도가 6배나 빠른 NTT도코모에 대응해 △일부지역 서비스에 불과한 도코모와는 달리 전국 서비스가 가능하고 △단말기 가격이 도코모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제2세대 서비스만으로는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제3세대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는 올 4월부터 일본 주요 도시에서 제3세대 서비스를 개시하는 한편 한국·중국 등과의 글로벌 로밍서비스를 위해 교섭에 나서는 등 제3세대 이덩통신서비스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KDDI의 경우 제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방식으로 cdma2000을 채택한 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WCDMA 방식은 서비스 실시를 위해 새로운 기지국 설치 등의 시설투자액이 큰 데 비해 cdma2000의 경우 현행 시스템을 변경해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 이점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로밍 내세운 J폰=현재 3사 중 경쟁 레이스에서 가장 뒤진 J폰은 오는 6월 30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J폰은 30여개 국가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회사인 영국 보다폰그룹의 실질적인 자회사기 때문에 NTT도코모나 KDDI에 비해 글로벌 로밍서비스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서비스 개시는 다른 두 회사에 비해 늦지만 보다폰의 지원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로밍서비스는 앞서 갈 가능성이 높다. 제3세대 이동전화의 승부처 중 하나가 원활한 글로벌 로밍서비스임을 고려할 때 이 회사가 일본 시장에서 세 번째 축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현지 관계자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또한 2세대와 3세대가 일정시기 서로 공존할 것으로 보고 6월 서비스 개시까지 현재 J폰이 서비스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 기능이 포함된 이동통신서비스 ‘샤메일’을 개선, 정지영상뿐만 아니라 동영상과 음성까지 메일로 보낼 수 있는 ‘움직이는 샤메일’을 2, 3월 중 개발해 서비스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현행 PDC(Personal Digital Cellular)방식과 겸용이 가능한 듀얼밴드 방식의 단말기를 채택해 2, 3세대간 서비스 보완 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3세대 진입을 서두르나=지난해 말 기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수가 7279만명에 이르면서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주원인이다. 전기통신사업자협회와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이동전화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가입자는 891만명으로 96년 이후 최저 증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인구대비 보급률이 57.1%에 이르러 더이상 신규 가입자에 기대는 마케팅 전략은 점차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통신서비스업체는 상대 회사의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여기에 가장 강력한 유인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 결국 3세대 이동전화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이자 2세대 이동전화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툴인 셈이다.

 이미 3사가 본격적으로 진출을 공언한 이상 시장경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콘텐츠 및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 가격인하 등이 급속도로 진행돼 일본 제3세대 서비스 보급이 급류를 탈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일본 내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경우 이를 바탕으로 한 일본 기업의 해외 시장 공략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NTT도코모의 다치카와 사장은 지난해 영국 보다폰의 일본 진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해외 통신업체와의 경쟁이 시작된 만큼 새로운 발상과 경쟁력을 갖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감은 물론 이를 계기로 도코모도 해외 시장을 놓고 해외 기업과 경쟁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도쿄=성호철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