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망 무선LAN 시장을 잡아라.’
이달부터 하나로통신·데이콤·KT·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가 잇따라 공중망 무선LAN 상용서비스를 위한 장비 입찰에 들어감에 따라 관련 장비업체의 공급권 따내기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올해는 공중망 무선LAN서비스의 원년인데다 전세계적으로도 기간 통신사업자가 대규모로 서비스를 실시한 전례가 없는 만큼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줄잡아 100여개에 이르는 국내외 무선LAN업체가 사활을 건 주도권 다툼에 나설 전망이다.
하나로통신(대표 신윤식)은 최근 공중망 무선LAN서비스인 ‘하나포스 애니웨이’ 시범서비스를 위해 국내외 무선LAN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벤치마킹테스트(BMT)와 가격경쟁의 2단계 입찰을 실시한 결과 국내 무선LAN업체인 아크로웨이브를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이번 입찰 물량은 시범서비스를 위한 구매분으로 모두 합쳐 무선LAN 액세스포인트 400대, 무선LAN카드 60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는 내달 1일부터 개시하는 상용서비스를 위해 곧 장비를 추가로 발주할 계획이다.
지난 15일에는 데이콤(대표 박운서)이 공중망 무선LAN서비스 ‘에어랜(Air LAN)’을 위한 장비구매 BMT를 실시, 모두 9개 장비 업체가 참여했다. 데이콤 관계자는 “BMT 결과 3∼4개 장비업체를 선정한 후 이달 중 경영위원회를 거쳐 올해 최종 물량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중망 무선LAN 시장 판도를 좌우할 KT와 SKT도 각각 이달 말께 BMT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다음주 초 조달공고가 발표되는 즉시 사업설명회를 개최, 입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KT(대표 이상철)는 올 한해만 1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주요 시설에 15만여포트를 구축한다는 방침이어서 국내 무선LAN 시장 사상 최대 규모 물량을 둘러싸고 무선LAN 장비업체의 각축전이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조용천 아크로웨이브 사장은 “KT 수주전은 KT라는 지배적 사업자라는 위상과 발주 물량면에서 장비업체의 각축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라며 “802.1x, 라디우스 서버 등 KT가 요구하는 각종 기술 사양과 가격대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KT와 시장 주도권을 다투는 SK텔레콤도 KT와 비슷한 시기인 이달 말께 BMT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올해 적어도 5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KT와 경쟁구도를 연출하는 상황에서 투자규모는 향후 더욱 유동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중망 무선LAN 시장을 앞두고 업체간 출혈 과당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다국적 무선LAN업체는 “사업자가 요구하는 기술 규격이나 조건이 일반 기업용 무선LAN보다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공급단가가 기업용보다 많게는 70% 가량 낮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업자가 장비업체의 개발비를 고려하지 않고 원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 단가를 제시할 경우 출혈 경쟁과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