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미국 발명가 딘 카멘이 공개한 화제의 발명품 ‘세그웨이 휴먼 트랜스포터’가 일본에서 난데없는 복병을 만났다. 일본의 한 로봇전문가가 자신이 이미 15년전 세그웨이와 거의 유사한 장치를 발명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세그웨이가 바퀴 2개만으로 스스로 균형을 잡는 세계 최초의 이동장치라고 선전한 딘 카멘의 ‘신비의 발명품’ 선전을 무색케하고 있다. 이는 세그웨이가 세상에 공개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일어난 일이다. 세그웨이의 본격적인 양산과 시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제조업체 세그웨이(segway.com)를 이같이 발칵 뒤집은 이는 일본 도쿄에 있는 전기통신대학(uec.ac.jp) 지능기계공학 연구실의 야마후지 가즈오 명예교수다. 야마후지 교수는 “딘 카멘이 내 아이디어를 훔쳐갔다는 말은 아니지만 세그웨이가 발명되기 전부터 바퀴 2개로만 균형을 잡는 장치를 먼저 발명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야마후지 교수는 이 장치를 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 87년 특허출원까지 내 결국 96년 특허를 따내기도 했다. 야마후지 교수의 난데없는 폭로로 딘 카멘이 미국에서 확보한 세그웨이 특허권에 영향이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세그웨이가 일본에 상륙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돼 제조업체 세그웨이는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인구밀도가 높고 하이테크 제품수요가 많은 일본 시장만큼 세그웨이를 판매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은 없기 때문이다. 야마후지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장치를 ‘평행 이륜차(parallel bicycle)’로 명명했다며 당초 이 장치를 시판을 목적으로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는 발명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미 지난 97년 간단한 감정표현이 가능한 애완용 로봇을 개발하는 등 많은 업적을 쌓은 로봇 개발분야의 베테랑으로 최근에는 재택 도우미 로봇을 연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후지 교수는 “세그웨이 역시 모터가 달려 있고 바퀴가 직렬이 아닌 병렬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내가 발명한 평행 이륜차와 기본적으로 같은 개념”이라며 “적어도 이 발명품을 먼저 연구한 곳은 우리이며 이를 부정한다면 세상을 속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마후지 교수팀이 15년 전에 개발한 이륜 이동장치가 딘 카멘의 세그웨이 스쿠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크기가 작고 몸을 얹을 공간이 없어 곧바로 실제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세그웨이는 내장된 5개의 자이로스코프(회전의)를 통해 균형을 찾는 데 비해 야마후지 교수의 평행 이륜차는 바퀴에 달린 작은 막대가 접지면에 접촉돼 균형을 잡는 방식이라는 점도 다르다.
그러나 두 발명품은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 뉴욕의 지적재산권 전문 법률회사인 모건&피네건(morganfinnegan.com)의 조지프 칼바루소 연구원은 “세그웨이가 이로 인해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딘 카멘 입장에서도 야마후지 교수의 특허권 내용 중 자신이 딴 특허권과 중첩되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마후지 교수는 세그웨이에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툼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밝혀 입장표명 수준에서 그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야마후지 교수는 딘 카멘과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자신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돈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존심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발명했다는 사실을 카멘이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특허권을 양보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슨임기자 jaso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