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의 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에 제시한 매각금액(30억∼35억달러 추정)과 매각방법(자산만 인수하는 P&A 등)을 둘러싸고 하이닉스·채권단·구조특위 등 협상 주체들간 이견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1조원이 넘는 부채 때문에 하이닉스의 ‘주인’(?)이 된 채권단간의 이견은 더 심하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일부 은행은 임자가 있을 때 빨리 팔자며 하이닉스를 몰아붙이고 있고 ‘턱없는 가격’ 운운하는 또다른 은행은 좀더 버텨보자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닉스의 올바른 구조조정 방향을 사명감을 갖고 수립하겠다던 구조조정특위는 두 손을 놓고(?) 있다.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깨졌을 경우에 독자생존이 가능한 대안을 내놓겠다던 약속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물론 출범 당시부터 ‘구색 맞추기’ ‘채권단의 또 다른 이름’ 등으로 그 기능과 역할에 우려가 많았지만 그동안의 모습에 비춰볼 때 구조조정특위의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더욱이 정보 관리도 제대로 안된다. 채권단이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면서 협상에 해악이 되는 얘기를 해도 별 제재도 없었다. 초록은 동색이어서 일까.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다시 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정말 하이닉스의 주인이 채권을 바탕으로 하이닉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뿐일까. 최근 채권단의 모습을 보면 하이닉스는 안중에 없고 채권만 챙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조조정 이후의 대안과 고용문제, 향후의 비전은 한 줄도 내놓지 않았다.
물론 채권단의 입장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이닉스 때문에 본 손해가 엄청나고 그들도 주주가 있고 직원이 있다. 이 때문에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하이닉스 문제를 조기 해결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고 대안이 없다. 게다가 현대투신과 AIG그룹의 협상 전철을 되밟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까지 생겼다. 결국 제대로 된 매각을 해야하는 경제·사회·정치적 의무가 또하나 늘어난 것이다. ‘객(客)들이 밥그릇 싸움하다 집안(主) 망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채권단은 다시 한번 본연의 의무와 책임을 되짚어봐야할 것이다.
<산업전자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