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하이테크업체들, 자가브랜드로 中시장 공략

‘메이드 인 타이완’으로 이웃집인 만리장성을 공략한다.




 세계 IT업체들의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대상이었던 대만 하이테크업체들이 OEM 옷을 벗고 자가 브랜드로 세계최대 소비국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일반소비자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가 노트북PC는 대부분 대만업체가 만든 것이다. 이들 대만업체는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트북, 모니터, 주기판의 절반 이상을 생산, OEM 방식으로 미국 등의 세계적 IT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OEM에 주력한 만큼 대만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컴퓨터, 휴대폰 등 대만 하이테크업체들이 이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외국업체들의 경연장이 된 13억 인구의 중국 대륙을 공략하는 데 있어 민족적 동질성 등을 내세워 자가 브랜드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중국에서 자가 브랜드 확산에 열을 올리는 대표적 대만업체는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칩세트(프로세서와 주변기기를 연결 하는 부품)를 만드는 비아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세계적 컴퓨터 부품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컴퓨터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비아라는 이름에 생경하다. 따라서 비아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기로 결정하고 대대적 브랜드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캐피털 공항 근처의 ‘비아 마이크로프로세서-중국의 심장’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어필하기 위해 브랜드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휴대폰 제조업체로 지난해 중반부터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DB텔’(DBTel)이라는 브랜드로 중국에서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다이얼러&비즈니스도 자가 브랜드 제품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토로라에 OEM 방식으로 휴대폰을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자가 브랜드 휴대폰 판매량을 지난해 30%에서 올해 50%로 높이기 위해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만 하이테크업체들이 중국에서 자가 브랜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통망 확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미 컴퓨터·휴대폰 등 각 하이테크 업종마다 세계적 외국 기업들은 수년전부터 중국에 진출, 탄탄한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충분한 유통망에 품질까지 좋아 중국 휴대폰 시장의 경우 지난 2000년 외국업체들의 점유율이 63%나 됐다. 하지만 대만 업체들은 이들 외국업체와 중국 현지업체에 비하면 신생업체나 다름 없다.




 대만 최대 컴퓨터업체인 에이서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유통망 취약이 한 이유다. 에이서는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중국 현지 업체인 레전드와 델컴퓨터, IBM 등의 외국업체보다 떨어진다. 판매량에서도 레전드는 중국시장에서 3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에이서는 10% 이하로 5위에 머물러 있다. 에이서는 모니터, 스캐너, 휴대폰 등이 주력 아이템인 자회사 에이서커뮤니케이션&멀티미디어의 사명을 지난해 12월 벤크(Benq)로 변경, 올해부터 벤크라는 브랜드로 제품을 판매하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만업체들이 중국 현지업체와 손잡고 유통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잇달아 지적하고 있다. 지선증권의 펀드매니저 빌 란은 “외국업체들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 현지 유통업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대만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꼬집었다. 미국 광고회사 오길비&마더의 중국 지사장으로 외국업체 브랜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T B 송도 “중국시장 성공 열쇠는 유통망 확보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