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라도 이장의 하소연

 ‘저는 마라도 이장입니다. 우리 마라도 주민들은 제주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TV방송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KBS1은 그런 대로 보겠는데 다른 채널들은 화질이 영 안 좋습니다.’

 지난 21일 마라도 이장 김모씨는 국회에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의 내용은 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방송을 모두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평소 TV를 낙으로 삼아 살고 있는 외딴 섬 마라도 주민들은 위성방송이 시작되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KBS2와 MBC, SBS도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에 뛸듯이 기뻐했고 한 가구도 빠짐 없이 모두 위성방송에 가입했다.

 그런데 국회에서 방송법을 개정해 위성방송이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섬 마을 주민들은 국회에 탄원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마라도 주민들이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하던 그 시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지역방송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60일이 넘도록 농성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위성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이 재송신되면 취약한 지역방송사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지상파방송 재송신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19일 방송위원회가 방송채널 정책을 발표한 이후 방송계는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국회 문광위는 방송법 개정에 나서게 됐고 방송위원장은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만 했다.

 방송계는 24일 있을 문광위 법안소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역방송협의회는 회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지금에 와서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사후 약방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방송계의 현안을 풀 수 있는 지혜다. 한마디로 작금의 문제가 방송위만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같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줄 사람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방송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대로 극한대립으로 치달으려 하는가.

  <문화산업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