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사무기기 디지털화

◆남기재 TDS사장

 

 요즘 어느 사무실이나 사무용 기기의 모양새를 보면 대개가 비슷하다. 구내전화는 기본이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PC와 프린터가 책상에, 공용 혹은 개별 팩스와 복사기가 한 모서리에 자리잡고 있다. 필요에 따라 스캐너를 갖춰 놓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선 상당히 복잡함이 느껴진다.

 십몇년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에는 네트워크PC와 프린터 대신 전담 여직원 앞에 타자기, 좀 나으면 전동타자기가 놓여 있었고 팩스는 없는 사무실이 더 많았다.

 복사기라야 저성능의 기계식이거나 ‘블루카피어(Blue Copier)’라 부르는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는 청사진 복사기가 대부분이었고 스캐너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수년간의 기술발전과 수요자의 기대가 맞물려 오늘날의 사무실 환경이 이뤄진 것이다. 단순히 지난날과 요즘의 사무환경을 비교하고 지나칠 일이 아니라 급속하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휴먼인터페이스를 고려해 보다 나은 내일의 사무환경을 생각할 때다.

 우선 당장에 해낼 수 있는 방편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위에서 열거한 사무기기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앞서 열거한 팩스·프린터·복사기·스캐너 등의 기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력 데이터를 스캐닝해 기계적 장치로 뽑아내는 기구들이다.

 단지 시기적으로 필요에 의해 이들 장치가 각각 별개로 개발, 발전돼 오늘의 사무기기 환경이 이뤄졌다. 따라서 팩스·프린터·복사기·스캐너의 공통 부분을 하나로 묶고 필요한 용량의 데이터베이스(DB)를 붙여 각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CPU를 내장한 복합기에다 네트워크 장치를 연결하면 훨신 경제적이고 다양한 성능을 갖춘 사무기기 디지털화를 실현할 수 있다.

 먼저 경제성을 살펴보자. 팩스·프린터·복사기·스캐너의 복잡한 배열을 하나로 단순화한 것은 접어 두고라도, 복사기에서 A4용지 한장을 출력하는데 드는 소모품 비용이 대략 장당10원 정도가 든다. 그리고 개별 팩스나 레이저프린터의 경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장당 약 40원의 비용이 빠져 나간다.

 하지만 디지털 복합기를 사용하면 프린터나 팩스도 장당 10원 정도로 줄어든다. 프린터·팩스의 사용비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줄잡아 눈에 뜨이지 않는 소모품 비용이 절반으로 준다.

 기기의 구입비 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경제성이 있다. 공통기능을 통합한 30ppm기준 디지털복합기의 시장가격이 1000여만원인 반면, 개별적으로 장치를 구입해 동일한 성능을 구현할 경우 2000여만원으로 거의 두배의 투자비가 든다. 단지 일괄구매에 따른 초기 투자비가 많은 게 흠일 수 있다.

 둘째, 크게 향상된 성능을 들 수 있다. 동급의 아날로그 복사기와 비교해 디지털기기는 우선 자동양면복사가 가능하고 축소와 확대 비율이 두배 정도 향상될 뿐만 아니라 확대에 따른 해상도도 600dpi 이상이 돼 기존의 200dpi보다 3배 정도 개선할 수 있다. 또 32MB 정도의 기본 메모리가 장착돼 저장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복사기에서도 편집이 가능하게 된다.

 프린터 기능을 비교해 봐도, 급지용량이 복합기능을 살려 3배정도 늘어나고 여러 부서에서 사용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패스워드 기능을 부가해 보안기능을 갖출 수 있다. 팩스의 경우 프린팅 속도가 통상 6초대에서 3초대로 단축되고 자동 양면 송수신이 가능해 속도를 높이고 원고매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 디지털 기기간에는 통상의 A4용지 크기 원고뿐만 아니라 ‘A3 원고’의 송수신이 가능하다. 해상도와 속도가 생명인 스캐너의 경우도 해상도가 600dpi 정도로 개선된다.

 사무기기 디지털화는 당장의 비용과 총투자비, 그리고 성능의 개선효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사무기기 변화에 가변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