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W업체의 연륜

 최근 오라클이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에 이어 SAP가 본사 창업 3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고 보니 올해로 설립 27주년을 맞는 마이크로소프트나 26주년을 맞는 CA까지 세계 4대 SW업체에 속하는 기업들은 모두 4반세기 이상의 연륜을 갖고 있는 셈이다. SW전문기업으로 조그맣게 시작해 매출액 수십억∼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기업이 되기까지 그들 업체가 거쳐온 세월의 무게가 새삼 느껴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25년된, 30년된 SW업체가 없다. 연륜이 10년 넘은 기업이 최장수 SW업체에 속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SW개발용역으로 시작해 지금도 하청개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부터 SW전문기업을 표방하고 고유의 SW브랜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은 아직 5∼6년 정도만의 경험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는 물론 국내 SW산업의 연륜이 짧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의 SW산업 육성 토양이 척박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되새겨볼 일이다.

 90년대 초반에 회사를 설립한 모 SW업체 사장은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지만 우리나라에서 SW만으로 먹고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이라고 지난 시절을 회고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엉성한 유통구조, SW구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HW 위주의 정부 IT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SW전문업체가 제대로 생겨나고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마련이 안돼 있었다는 것. 따라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유통이나 하청식 SW개발용역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SW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정착돼가고 있으며 정부도 SW의 시장잠재성을 감안해 수출 주력품목으로 육성하는 등 상당한 변화,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SW전문업체들이 생겨났으며 500억원 매출을 넘어서는 대형 SW업체의 출현도 잇따르고 있다. SW사업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는 산업의 기초가 닦여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이렇게 마련된 기초를 잘 활용해 10∼20년 이후를 내다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해야할 시점이다. 10년, 20년 후 25년, 30년된 SW업체가 그 역사와 외형을 자랑하면서 우후죽순으로 깔려있다면 그때는 우리나라 SW산업의 희망을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 한국에서는 30년된 SW업체는 SW업체 축에도 못 낍니다. 고저 100년은 돼야 저거이 SW 좀 만들겠구나 합네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