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자화폐 업체의 외도

 전자화폐 업계의 유일한 코스닥 등록기업 이코인이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을 내세워 성인용 콘텐츠 사업에 나선다고 전격 선언했다. 2월부터 유료로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제공, 국내 인터넷 인구의 10%인 240만명을 고객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홈페이지도 아예 이런 내용의 문구와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언뜻 보면 성인용 콘텐츠 전문업체로 착각할 정도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의 누드나 성을 이용한 사업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것도 드물다. 남에게 비춰지는 체면이나 사회적인 파장 등에 대해 스스로 조금만 관대해지면 요즘 유행하는 ‘부자’되기도 어렵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업체의 성인 콘텐츠 사업 진출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도 없겠다. 하지만 이코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코인은 국내 온라인 전자화폐 분야 선두주자다. 지난해 8월 이코인이 코스닥 예비심사에 통과했을 때 관련업계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다.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온라인 전자화폐, 나아가 지불결제 업체들은 이 부분에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부푼 희망을 가졌었다.

 물론 심사통과에 의아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다. 코스닥등록은 축하할 일이지만 대표적인 온라인 전자화폐주로서 제몫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의 시각도 함께 나왔다. 이에 대해 이코인측은 사업다각화를 끊임없이 주장했다. 하지만 결국 성인용 콘텐츠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회사측 표현대로 240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면 매출의 대부분이 성인용 콘텐츠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첨단 전자화폐라는 미명 아래 정작 주력사업은 성인 콘텐츠 분야로 바뀌는 것이다.

 전자화폐가 오늘날의 지명도에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업체가 지금도 신규 수요 발굴을 위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뛰고 있다. 성인물과 같은 손쉬운 수익원 창출 방법을 모를리 없는 데도 말이다.

 코스닥등록 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의 고민은 십분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분야, 선발기업으로서의 책임감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이코인의 성인용 콘텐츠 사업 진출이 단순한 외도로 그칠지, 업종전환으로 이어져 업계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같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