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스웨덴 에릭슨, 통신기술 전문제공업체로의 변신 모색

세계 3대 이동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인 스웨덴의 에릭슨이 기존 통신장비제조사업에서 점차 탈피해 통신 관련 기술 및 소프트웨어 제공에 주력하는 전문기술업체로 변신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월스트리트 저널 유럽’은 최근 에릭슨이 영국의 보다폰과 한국의 LG 등을 상대로 맺은 기술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자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외부 장비제조업체에 판매하는 기술 라이선스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대신 기존 통신장비제조부문은 외부 위탁 등을 통해 점차 그 비중을 줄여나갈 구상이라는 것이다.

 에릭슨은 이달 중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그룹과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 기반기술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텍스트와 음성·영상 등 멀티미디어 메시지를 무선네트워크에서 효과적으로 중계하기 위해 에릭슨의 기술로 새로운 통신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한국의 LG와 3세대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기술을 라이선스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특히 LG와의 계약은 에릭슨이 로열티를 목적으로 자체 이동전화 제조기술을 다른 경쟁업체에 제공하는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에릭슨의 변신 의지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에릭슨이 기술 라이선스사업을 중시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침체에 빠진 통신장비제조부문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수익원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지난해 3분기 에릭슨의 이동전화 판매액은 1년 전에 비해 약 절반으로 축소됐으며, 그 결과 에릭슨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밝혀진 1∼9월의 적자액만도 무려 24억달러에 달한다.

 이런 의미에서 즉각적인 수익증대로 연결되는 보다폰이나 LG와의 기술제공 계약은 에릭슨의 경영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의 증권분석가들은 이번 보다폰과의 계약을 통해 에릭슨이 향후 5년간 수억달러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계약 후 즉시 기대되는 수익만도 2000만∼3000만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LG와의 거래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에릭슨 측은 LG로부터 라이선스료를 선불로 받고 로열티 역시 지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에릭슨은 향후 통신장비 시장이 현재의 PC시장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는 소수의 기술제공업체와 낮은 마진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다수 장비제조업체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PC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인텔처럼 자기들 또한 통신시장의 기본 부품과 기술을 제공하는 전문기술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보다폰과 LG와의 계약을 시작으로 에릭슨의 기술 라이선스사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에릭슨의 변신 노력에 대해 유럽의 증권분석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신장비제조업체와는 달리 기술제공업체는 그 판매액 대부분이 순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에릭슨의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장비제조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수록 감량경영을 통한 비용절감효과 역시 더욱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에릭슨은 세계적으로 2만2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한 바 있으며, 이런 감량경영 노력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노키아 같은 제조업체는 향후 통신장비 시장이 현재의 PC시장처럼 변할 것이라는 에릭슨의 전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동전화 제조와 그에 수반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단순한 PC조립보다 훨씬 더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며, 이에 따라 각 통신장비제조업체는 모두 나름의 기반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에릭슨의 고유기술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제조업체의 수가 의외로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