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냅스터인 일본MMO가 출현해 음반산업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냅스터를 둘러싼 소동에 휩싸여 있을 때 ‘강 건너 불 구경’하던 일본 음반 산업계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벤처인 일본MMO가 캐나다의 ITP웹솔루션과의 기술 제공 계약을 통해 서비스 개시한 파일무료교환 사이트인 ‘파일로그(http://www.filerogue.net)’가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과 함께 점차 인기를 얻어감에 따라 음반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이 사이트는 한달 새 이용자수 4만명을 돌파하고 등록된 음악 파일수가 120만곡을 넘어서는 등 급증세를 타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 사이트가 일정 정도 이상의 인지도를 확보하면 이용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내 음반제작사 단체인 일본레코드협회는 P2P서비스를 통해 음악파일을 무료로 교환하는 행위는 물론, 이를 방조하는 행위 역시 저작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일본MMO의 서비스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본레코드협회측은 만일 일본MMO가 협회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지속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MMO측은 네티즌에게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은 정당한 서비스 형태라고 전제하고 위법한 저작물이 사이트에 등록된 경우에는 저작권심의회의 ‘노티스 앤드 테이크 다운(notice and take down)’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협회측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노티스 앤드 테이크 다운’은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의 피해를 입은 저작권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할 경우 해당 콘텐츠를 사이트에서 제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일본레코드협회가 이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경우 어렵지 않게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국레코드협회가 냅스터와의 소송에서 이긴 전례가 있는데다 일본저작권법이 음악CD를 저작권자의 허가없이 컴퓨터에서 복제, 인터넷상으로 전송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송신가능화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올 4월부터 시행되는 인터넷접속업자(ISP)의 책임범위를 규정한 ‘프로바이더법’도 저작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음반업계는 이번 사례를 단지 일본MMO라는 일개 회사와의 분쟁인 아닌 음원의 인터넷 불법 유통이라는 새로운 음원 불법복제 문제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시바EMI는 8월부터 디지털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적 처리를 거친 음악CD 발매를 계획하는 등 기술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 협회에서는 인터넷상의 음원 유통이 불법행위라는 사실을 네티즌에게 유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무조건 냅스터류의 사이트 폐쇄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공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미 일본MMO측은 서비스 개시 직전인 지난해 10월에 협회측과 만나 서비스를 유료화해 매출의 일정 정도를 저작권자에게 환원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인터넷을 통한 음원 유통이 공짜라는 인식이 네티즌 사이에 퍼지기 전에 유료라는 의식을 심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깔려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