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파산과 일본 엔화의 약세는 홍콩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아르헨티나 문제의 확대로 홍콩환율제도를 변경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현재 고정환율제를 고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8년전 홍콩달러(HKD)는 7.80대 1의 고정비율로 미 달러화(USD)에 고정됐다. 환율을 고정한 다른 국가와 달리 홍콩의 고정환율은 필요한 물가안정을 제공하고 외국투자의 붐을 끌어냈다. 그러나 고정환율을 채택한 국가들이 이 제도를 유지하던 지난 10년간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그 효과가 점점 더 의문시되고 있다.
최근에 아르헨티나는 달러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낭비한 후 달러고정환율제(모든 페소화가 달러 보유고에 의해 지지되는 태환정책)를 포기했다. 태환정책이 아르헨티나 파산의 근본 원인은 아니지만, 그것때문에 경제가 악화된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홍콩이 달러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보다 광범위한 통화 바스켓, 또는 변동환율제를 택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그러나 심도있게 분석해 보면 아르헨티나와의 비교는 근거가 없는 일이며 홍콩의 고정환율제는 잠재적 단점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나머지 아시아 경제상황을 지탱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말하면 홍콩은 아르헨티나와 완연히 다르다. 홍콩은 공식적인 부채가 없으며 규모면에서 세계 4위인 달러 보유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111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는 현재 유통중인 통화량의 8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보유고는 어떠한 나쁜 상황에 대해 홍콩달러를 방어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에 비해 아르헨티나의 외채는 1320억달러이며 외환보유고는 지난 8일 198억달러였다.
더구나 아르헨티나 파산의 근본 원인은 재정긴축의 부재였으나 홍콩은 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홍콩은 세무수입의 감소와 세계 경제침체로 인해 지난해 금융상황이 다소 악화됐으나 외환보유고는 GDP의 30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또 금융시스템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홍콩의 금융시스템은 아시아에서 가장 튼튼하고 잘 정비됐으며 건전한 대출정책과 충분한 대손충당금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콩은 지난 94년 멕시코 페소 평가절하와 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성공적으로 고정환율제를 방어한 경험이 있다.
다만 홍콩과 아르헨티나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전체 경제에서 국내수출의 비중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수출은 GDP의 약 7퍼센트, 홍콩의 경우 약 14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시아가 다시 97년과 같은 유형의 금융위기에 휩싸일 경우에도 홍콩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한국·대만·태국 등의 국가에서 자금을 회수한 투자자는 안전한 투자처를 찾게 되며, 이러한 투자처 중 하나가 홍콩이 될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전반적인 자본도피가 발생하는 반면에 자본은 홍콩과 중국으로 유입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신용도와 안정성은 중국 본토 회사의 외국자본과 대출자본 조달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중국의 성장전망은 홍콩의 안정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중국은 불확실한 통화제도의 변경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 고정환율제는 많은 나라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나 홍콩에서는 잘 적용돼 왔다. 홍콩이 건전한 경제적 기초를 유지하는 한 이런 상황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