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영 한국전산원장
현 정부에서 조용하지만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사업이 있다. 바로 21세기에 대비한 전자정부 구축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작년 1월 31일 주요 부처의 차관과 민간 전문가들로 전자정부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전자정부특위는 그동안 거의 매주 공식·비공식 회의를 통하여 11대 핵심과제를 정하고 이를 지난해 5월 17일 대통령께 보고하였다.
금년 상반기에는 법령개정을 완료하고, 11대 과제에 대한 시스템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10월 말까지는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거나, 보급확대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우리 나라는 지난 87년부터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행정정보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의 전자정부 구축사업은 그 목표와 내용, 추진 방법에서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첫째, 지금 추진하고 있는 정자정부 구축의 목표는 행정의 투명성(transparency)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민과 기업에 대한 행정서비스의 질을 가치창출의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데 있다. 우리는 전자정부 구축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과 기업을 위해 더욱더 많은 부가가치(value-added)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둘째, 전자정부 구축 내용도 확대되고 새로워졌다. 정보화의 대상이 국가재정·조달·인사·교육·세금·국민건강보험 등 4대 보험, 5대 민원통합서비스(G4C), 정부내 전자결재 및 문서유통의 의무화, 전자인증·관인시스템 구축 및 암호화에 의한 안전한 거래시스템의 구축, 복수의 원격지 통합전산환경 구축과 상호백업체계 구축에 의한 지진·화재·홍수·테러 등으로부터의 안전한 보호장치 등이 11대 과제의 내용이다.
이 사업들은 정부업무의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정부의 주요 업무인 재정·세금·조달·인사·교육 및 민원업무가 정보화되면, 정부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은 획기적으로 제고되고, 국민과 기업의 편의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셋째는 추진 방법상 차이다. 과거에는 특정 부서나 기관의 특정업무를 부분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민등록·토지대장·건축물대장·자동차관리·관세·국세와 시·군·구 업무, 금융결제 업무, 병무행정 업무 등이 그 예에 속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단위업무 중심의 정보화와는 달리 11대 과제는 업무 재설계 과정을 거친 후, 부처나 기관의 경계를 넘어서, 업무 흐름과 서비스 흐름에 따라 연계하거나 통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구축되면, 국민들은 방문하지 않거나 또는 한 번의 방문에 의해 그들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일괄처리 받을 수 있게 된다.
행정의 본질은 서비스다. 서비스란, 즉 국민과 기업을 위해 가치를 창출해 주는 적극적인 행위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경쟁력 있는 행정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우리 나라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혁명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정보기술(IT)을 이용하여 고도화된 전자정부를 금년 10월 말까지 그 기초를 완성할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되면 우리 나라는 미국·싱가포르를 비롯한 어떤 선진국도 도달하지 못한 전자정부 진화단계 중 고도화 단계, 즉 초고속 인프라를 바탕으로 상호협력과 통합시스템이 아우러진 시민중심의 행정이 구현되는 첫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전자정부 구현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난관이 있을 것이다. 부처간의 이해 갈등, 사업기간의 촉박성, 사업추진의 지연, 공직자의 참여부족, 대 국민 홍보부족 등이 극복해야 할 난관들이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전자정부 구축을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