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터넷시장조사 업계에 ‘합방(合房)을 앞둔 기(氣)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주피터미디어메트릭스가 지난해 10월 합병키로 한 넷레이팅스에 대해 특허침해 사실을 재삼 강조하고 나선 것.
주피터는 넷레이팅스의 온라인 측정방법이 자신들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3월 제기한 소송을 다시 강화할 뜻을 밝혔다. 합병할 경우 각종 대립을 중지하는 업계 관례에 비춰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주피터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넷레이팅스도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현재의 위치를 보존하기 위해 소송에 맞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1, 2위인 두 회사는 지난해 온라인 트래픽 측정용 단일표준을 개발키 위해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외형적으로는 넷레이팅스가 7120만달러를 들여 경쟁업체 주피터 미디어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거래를 놓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조사로 바쁜 두 회사가 특허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에 따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합병과정에서 소외된 주피터 측의 실지회복을 위한 공세로 풀이된다. 합병 이후에도 넷레이팅스의 빌 펄버 사장이 새 회사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되는 등 넷레이팅스의 입김이 강화되자 주피터에서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넷레이팅스가 합병연기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주피터 측도 합병조건을 변경해야 한다고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주도권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감정싸움으로 와전,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시장이 워낙 어려운 데다 두 회사간 협력으로 인터넷 트래픽 측정시장에서 얻을 것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피터의 전력을 들어 이번 강공이 단지 제스처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지난 2000년 주피터가 경쟁 업체인 PC데이터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 PC데이터를 업계에서 축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데 근거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