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차세대 펜티엄 키운다

 인텔이 막대한 시간과 돈, 정성을 들여 개발한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 아이테니엄을 버릴 것인가.

 새너제이머큐리뉴스, 실리콘밸리닷컴, C넷 등 주요 외신들이 인텔이 아이테니엄의 실패에 대비해 비밀리에 개발해온 ‘얌밀’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펜티엄 프레스콧(코드명)을 주목하는 기사들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외신은 프레스콧이 2003년 또는 2004년에 출시돼 아이테니엄을 뒷전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같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인텔이 지난해 5월 선보인 첫 64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아이테니엄이 예상외로 싸늘한 반응을 얻고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3분기에 2162개의 아이테니엄을 출시했으며 그나마 이중 2000개는 IBM 서버 2종에 각각 1000개씩 공급됐다. 또 IDC에 따르면 같은 분기 아이테니엄을 장착한 서버는 고작 500대 정도 판매에 그쳤다.

 인텔이 HP와 협력해 장장 7년에 걸쳐 무려 10억달러를 투입해 개발한 아이테니엄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64비트 프로세서임에도 기존 32비트 소프트웨어의 운영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테니엄이 데이터베이스, 과학계산 등의 데이터 집약적인 소프트웨어에 적합하도록 CISC와 RISC의 장점을 조합한 EPIC(Explicitly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라는 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경쟁사 AMD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프레드 웨버는 “현재의 상황은 명령어 세트(아키텍처)를 바꾸는 것이 성능상에 어떤 이점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AMD는 현재 32비트 x86 CISC 아키텍처를 64비트로 확장한 해머제품군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인텔은 아직까지 얌밀 프로젝트의 존재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있지 않다. 또 오리건주 힐스보로에 위치한 얌밀 프로젝트 관련 엔지니어들은 얌밀 기술을 YT로 부르게 하고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입단속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이 20여년전에도 공들여 만들었던 i432 아키텍처를 버리고 3주만에 속성으로 8086 아키텍처를 내놓아 성공했던 점을 근거로 얌밀 기술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US밴콤파이퍼재프리의 애널리스트인 애쇽 쿠마는 “얌밀은 고성능 서버 시장을 겨냥한 아이테니엄의 판매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인텔이 저가형 서버 시장에서 AMD의 공세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