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경 리테일네트워킹 사장 pklee@gumebu.com
몇해 전에 어느 물류센터 컨설팅을 한 적이 있었다. 장치설비에서부터 HW, SW 등 최첨단 정보시스템을 갖춘 물류센타인지라 업계의 관심도 많았고 벤치마킹 하려고 견학도 많이 오고 하였다. 그러나 처음에 설계된 마스터플랜과는 다르게 업무흐름이나 센터의 생산성이 뒤떨어지게 되어 무엇이 문제인가 컨설팅을 받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현장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현장담당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으나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하였다.
결국은 외국의 컨설턴트를 동원하기에 이르렀는데 첫번째 그의 일성은 현장의 IT화는 안돼 있고, 사무업무의 IT화는 너무 고급사양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즉, 물류센터의 입고, 출고같은 현장업무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피킹리스트를 발급하는 일은 호스트컴퓨터에서 하니까 실제의 데이터가 안 맞고 업무가 중복되고 리얼타임으로 움직이지 않는 등 일을 거꾸로하는 것이 아닌가.
업무량이 많고 맨 처음 정보를 입력하는 곳부터 IT화 해야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물류센터 현장의 머티리얼핸드링시스템과 사무업무의 기간시스템을 나누어서 이원화시키면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현장업무의 효율 극대화는 물론이거니와 인건비 절감과 정확한 입력에 의한 정보 분석으로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물류센터가 되었다.
우리는 IT화한다고 하면 무조건 최고의 사양으로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현장의 실무 담당자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첨단 시스템만을 도입한다. 얼마 안가서 아무도 쓰지 않을 시스템을 말이다. 어느 CEO가 IT화에 투자를 하겠으며 어느 실무 담당자가 시스템을 신뢰하겠는가. IT화, 수사반장 얘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현장에 있다. 현장이야말로 IT화의 첫걸음이며 모든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CIO들은 현장의 야전군 사령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는 CIO의 정열적인 모습, 멋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