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뒷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비아이씨엔에스 박주성 사장 jspark@bicns.com

 

 요즈음 우리 사회를 보면 뒷사람을 배려하는 것에 너무 인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뒷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직간접으로 일으키면서도 본인과 당대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 사회적인 책임과 최소한의 의무감에도 눈을 감아버리기 일쑤다.

 어찌보면 우리 기성세대들은 후손에게 무엇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용감한 민족이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인기에 영합하지 말고 후임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터전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전임자가 벌여놓은 부실정책를 떠맡아 수많은 이해단체와 국민여론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현상을 수없이 접하게 된다.

 민주주의 실현의 근간이라는 지자체도 당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그 짧은 재임기간 동안 무슨 엄청난 업적을 내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으나 환상적인 정책을 임기중에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책임의식과 열정으로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식 난개발을 해놓아 이상한 형태의 도시를 만들어놓고, 후손으로부터 맑은 공기와 여유로운 삶을 빼앗는 무모함을 저지르고 있다. 이 또한 뒤에 살아야 하는 사람을 전혀 배려치 않는 무모함과 몰상식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이같은 현상이 비단 정치, 행정 종사자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을 한번 돌아보자.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이 땅의 모든 이에게 큰 희망을 주었으며 어려울 때 우리도 하면 된다는 수많은 실례를 통해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업적만큼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아주 일부이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수많은 청탁과 로비로 사업을 꾸려가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마무리했던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슬퍼진다.

 이를 지켜보아야 했던 국민은 어떤 기업이 잘나가고 있으면 짐짓 무슨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한다. 결국 정당히 평가받아야 마땅할 기업가조차 도매금으로 존경받지 못하게 한다. 이 또한 같은 길을 뒤에서 걷는 후배 기업가들에게 짐을 안겨주는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이끌었던 벤처를 한번 돌아보자.

 인맥과 로비를 총동원하여 벤처를 설립한 이후 제대로 된 매출을 일으키기는커녕 투자자금을 마치 자기 것인 양 흥청망청 쓰다가 결국은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소수의 벤처 때문에 이 땅의 수많은 젊은 벤처사업가가 사라지고 있다. 그들이 자신의 모범사례로 후배 벤처에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사명을 가졌다면 훌륭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후배 벤처들이 바로 사장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취업 상황은 어떤가. 사실 지금 대학 일부 학과의 졸업생을 제외하면 대학 수준과 관계없이 취업이 어렵다. 때문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IT전문 교육기관을 다니며 관련업체에 취업을 시도하고 있다. 2∼3년 전에는 이렇게 해서 취업하는 졸업생이 꽤 있었으나 요즘에는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대기업에서는 주로 전공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IT전문 교육기관 출신자들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입사하게 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로 간 직원들은 입사 2∼3년 후에는 대기업으로 옮길 생각만 하니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신입사원은 제쳐두고 경력사원을 채용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선 당장의 이익을 위해 진력을 다하는 억척스러움을 보이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조차 정작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고 뒷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싫든 좋든, 크든 작든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삼라만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나만의 길이 아니고 수많은 이들이 같이 걸어갈 길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뒤에 오는 이들을 배려하자. 그것이 앞에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 우리 모두가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