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기업의 부도

 각종 게이트와 비리가 잇따라 터져 벤처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간판격인 메디슨이 부도를 냈다. 안타까운 일이다.

 벤처 1세대로 그동안 국내 벤처업계의 대부격으로 부상하면서 벤처신화를 일구었던 메디슨의 부도는 가뜩이나 벤처 비리에다 경영난으로 위축돼 있는 벤처업계에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벤처업계에 쏠리는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을 만회하기 위한 자구노력에 부심하고 있는 시점에 터져나온 메디슨의 부도 여파로 벤처업체들이 자금난 등으로 인한 경영위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염려스럽다.

 특히 세계 의료기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메디슨이 부도를 냄에 따라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속성장하던 메디슨의 벤처신화가 파국을 맞게된 것은 주채권은행에 돌아온 어음을 자금부족으로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기 때문이다. 메디슨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경영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노력을 했으나 차입금을 줄이는데 실패했고 이번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부도의 주원인이라고 한다

 메디슨은 이에 따라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해 자금상환의 부담을 덜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산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메디슨의 근본적인 몰락원인은 무리한 사업확장 때문이라는 것이 벤처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난 85년 초음파진단기 등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로 설립된 메디슨은 우수한 기술력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한때는 40여개에 이르는 기업을 거느린 지주회사로 발전했다.

 하지만 관계사의 경영이 악화되고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메디슨은 위기를 넘기는데 실패해 주저앉고 만 것이다. 이번 메디슨의 부도는 벤처 본연의 자세를 벗어나 무리한 사업확장에 나선 게 화근이었다.

 정부는 IMF 사태 이후 신경제의 주역으로 벤처육성시책을 적극 추진해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미 벤처업체가 1만개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해외에 진출한 업체도 있다. 이와는 달리 일부는 벤처비리에 연루되고 일부는 무리한 사업확장을 하다 경영 위기에 몰린 기업도 나타났다. 몰락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기업의 폐습을 그대로 답습해 기업을 늘리는 양적 팽창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메디슨의 부도사태를 거울삼아 앞으로 벤처인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벤처관련 비리나 무리한 사업확장 등을 추진하다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몰락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오직 국가경제와 벤처산업 육성에 기여하겠다는 건전한 기업가 정신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을 갖고 기술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벤처정신이다.

 지금 성공한 벤처인들은 철저하게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다. 남보다 더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한 사람들이다. 바로 기술력이 앞선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물론 정부도 전문인력 양성과 법제도 정비 등으로 벤처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벤처인들이 벤처산업 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으로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오직 기술개발과 마케팅에만 주력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