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물급 정치·경제계 지도자들의 국제사교장으로 통하는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y Forum) 총회가 31일 뉴욕에서 열렸다. WEF는 스키 휴양지로 유명한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려 일명 ‘다보스포럼’으로 불리지만 올해는 지난해의 9·11테러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배려(?)로 특별히 뉴욕에서 개최됐다.
현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가 지난 71년 정계·노동계·산업계 등 각 분야의 지도자를 한 곳에 모으기 위해 시작한 비공식 모임이었던 WEF는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적 인물이라면 꼭 얼굴을 비춰야 하는 ‘명사들의 단골 코스’가 됐다. 올해도 파월 미 국무 장관을 비롯해 슈뢰더 독일 총리,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의 국가 수반과 빌 게이츠 등 세계적 경제 거물이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이홍순 삼보컴퓨터 부회장이 주제발표를 하는 등 다수의 정·재계 인사들이 참가했다.
닷새동안 열리는 이번 포럼에서 ‘IT동네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증유의 9·11테러 이후 더욱 중요성이 높아진 사이버테러와 컴퓨터 보안문제인데 지난해 다보스포럼 사이트가 해킹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IT와 관련해서는 ‘보다 안전한 세계’(첫째날), ‘정보통신 전망’(셋째날), ’미래 기업의 도전요소’(다섯째날) 등의 소주제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해커와의 전쟁을 선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발언도 주목거리다. 사실 그동안 컴퓨터 바이러스 문제가 터졌다하면 거기에 꼭 MS의 전자우편 소프트웨어인 ‘아웃룩’이 있었다. 이에 대해 MS는 “워낙 덩치가 커서 애궂게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MS 제품의 보안에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실제 MS도 그동안의 ‘버티기’를 접고 “앞으로의 최우선 관심사는 보안”이라며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하기도 했다. 보안 강화를 위해 수천명의 엔지니어에게 한창 보안교육을 실시중인 MS는 이로인해 일부 제품의 경우 출시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 공격외에 위험수위를 더해가고 있는 국가간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해법’도 관심거리다. 전세계 인구의 20%도 안되는 OECD국가가 지구촌 전자상거래에 사용되는 인터넷 메인컴퓨터(호스트)와 보안 서버의 9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지구촌 정보격차는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될 조짐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반세계화 진영으로부터 “부의 집중, 빈곤의 세계화, 지구 파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WEF가 사이버범죄 방지와 세계 정보격차 해소에는 한 몫했다는 소리를 듣을 수 있길 바란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