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국면 맞은 하이닉스 매각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에 대해 정부가 독자생존도 가능하다는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것은 그동안 하이닉스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하려 했던 방침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정부의 방침 변화는 우리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를 대비한 앞가림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지난해 말 매각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하이닉스가 최근 들어 운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채권단이 필요하다면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위해 앞으로 1조원 가량의 신규 투자비용을 투자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표명했고 128M D램가격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그렇지만 독자생존 방침은 하이닉스 최선의 처리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이닉스 문제의 본질은 자금난이다. 반도체회사 인수로 인해 부채규모가 워낙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하이닉스는 지난해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 이상을 출자 전환받고 또 그 이후로 현재까지 반도체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 경영난이 다소 해소됐지만 위기를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지금도 하이닉스의 사소한 처리방안에 따라 증권시장은 일희일비하고 있다. 그만큼 하이닉스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 가격이 오르고 또 채권단이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해서 하이닉스를 자구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하이닉스의 근본적인 처리 방향이 현재까지로는 매각이 최선이라는 점에 큰 변함이 없다.

 물론 그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기술이 국외로 유출되고, 국내 반도체산업의 입지가 약화되며, 또 종업원의 신분을 보장받기 어려운 점 등 불리한 점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회생한다 하더라도 언제 또다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모르는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하이닉스 채권단이 해야 할 일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는 일이다. 

 이제 양사의 협상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측도 그리 급할 것이 없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규모의 경제로 인한 혜택과 마케팅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을 기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와 협상하는 가운데서도 일본의 반도체회사의 라인을 인수한 바 있다. 따라서 마이크론은 현재 충분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내를 가지고 협상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지속적인 반도체가격의 상승은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 변수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우리가 서둘러서 협상에 나서거나 또 헐값에 설비나 회사를 매각할 일은 결코 아니다. 하이닉스의 입지가 커진 만큼 제값을 받아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