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유럽:휴대폰 인체 유해 여부 英 정부 과학적 규명 나섰다

 유럽 각지에서 휴대폰의 인체유해 여부를 놓고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영국 정부와 통신업계가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규명을 시도하고 나섰다.

 최근 영국 정부는 총 740만파운드(148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휴대폰의 인체유해 여부와 관련된 15가지 주제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연구 주제로는 휴대폰 사용과 뇌암 및 백혈병 등과의 상관관계, 휴대폰 사용이 뇌기능에 미치는 영향, 휴대폰 방출 에너지의 인체 흡수양상 등이 선정됐다. 이외에도 운전 중 휴대폰 사용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실제적인 위험에 대해서도 그 정확한 영향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방침이다.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로 휴대폰의 전자파가 뇌 조직의 온도를 상승시킨다는 사실은 입증됐지만 이것이 인체에 어떤 위험을 미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베트 쿠퍼 영국 보건부 장관은 가디언지를 통해 “국민에게 휴대폰 사용과 관련된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영국 통신업계 역시 정부의 연구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자금의 절반을 부담함으로써 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 정부와 업계가 휴대폰 위험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공동지원하고 나선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휴대폰 사용과 암 발생 위험사이의 상관관계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논란은 최근 휴대폰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10대 어린이를 대상으로 더욱 가열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실시한 휴대폰 위험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해 인체에 ‘미묘한(subtle) 생물학적 변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이런 발견이 휴대폰의 인체유해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과학자들은 이런 생물학적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다 정확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 추가연구를 건의한 바 있다.

 더욱이 이 연구를 총지휘한 윌리엄 스튜어트 경은 최근 한 TV 대담프로에서 자신은 “손자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락할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두개골이나 뇌신경조직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일수록 휴대폰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어린이의 휴대폰 전자파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최근 스페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전체 학생이 450명에 불과한 스페인 발라돌리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 4명이 한꺼번에 암에 걸린 것으로 밝혀지자 학부모들이 인근 휴대폰 전송 안테나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스페인 지방법원이 학부모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안테나의 기능을 일시 정지시키면서 어린이의 휴대폰 전자파 노출 위험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스페인 엘파이스지가 보도하고 있듯 EU 과학위원회는 발라돌리드의 휴대폰 전송 안테나와 학생의 암 발병 사실에는 아무런 과학적 연관관계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 역시 같은 설명을 하면서 학부모들의 진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공식설명이 나온 이후에도 해당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어린이의 휴대폰 사용과 암 발생 위험 사이의 논란에 대해 영국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가 어떤 결론을 가져다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