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컴퓨터업계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크게 성공한 중국과 대만의 컴퓨터 업계를 따라 배우기 시작했다.
최근 모스크바 타임스는 어퀘어리어스(Aquarius)·크반트(Kvant)·포모자(Formoza) 등 러시아 컴퓨터업체가 휴렛패커드나 지멘스 같은 서구 업체의 OEM 컴퓨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직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속도나 수익 면에서 이점을 갖고 있는 OEM 방식이 러시아 컴퓨터업계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서구 업체와의 OEM 컴퓨터 생산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러시아 업체는 어퀘어리어스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휴렛패커드와 OEM 컴퓨터 생산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올초에는 미국의 타이코일렉트로닉스와 동일한 OEM 방식으로 컴퓨터 케이블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물론 OEM의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어퀘어리어스가 생산하는 휴렛패커드 PC는 연간 3만6000대에 불과하고, 타이코일렉트로닉스 브랜드를 단 컴퓨터 케이블 생산액 역시 이 회사 총매출액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퀘어리어스는 최근의 OEM 계약으로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 OEM이 이 회사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좋은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다 타이코일렉트로닉스 브랜드의 컴퓨터 케이블의 경우 연말까지 그 생산규모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기 때문이다.
어퀘어리어스가 OEM과 독자 브랜드 생산을 병행하고 있는 데 반해 경쟁업체인 크반트는 아예 OEM 전문업체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1월 후지쯔-지멘스컴퓨터와 3000대의 OEM 컴퓨터 생산계약을 맺은 이 업체는 올해 안에 그 생산량을 1만대까지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현재 러시아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브랜드의 PC를 OEM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어퀘어리어스나 크반트 모두 일반 컴퓨터 생산 외의 보다 정밀한 전자장비에 대해서는 OEM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정밀장비 생산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자장비 제조업체 가운데 해외 정밀장비 생산주문을 소화해낼 수 있는 곳으로는 유일하게 모스크바의 포모자가 꼽힌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포모자 역시 다양한 해외 전자업체와 OEM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