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광들이 비디오나 DVD를 빌려 본후 깜빡 잊기 쉬운 것 중 하나가 제때 반납하는 일이다. 보고싶어 안달이 날 때면 비디오나 DVD를 본후에 당장 되돌려 줄 것 갖지만 사람 심리가 어디 그런가.
한국과는 달리 대여기간을 넘기면 어김없이 엄청난 액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미국의 영화광들에게는 반환마감 시간내에 비디오가게로 달려가야 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DVD를 빌려주고 회수하는 신종 ‘DVD우편대여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영화목록을 보고 신청하면 우편으로 DVD 영화를 보내주고 밤새 감상한 후에는 아침 출근길에 반환봉투에 넣어 우체통에 넣도록 하는게 이 사업의 주된 영업방식. 대여점 인근에 살지 않아도 어디서나 빌려볼 수 있고 반환할 수 있다. DVD가게에 들러 야한 영화를 고르느라 옆사람 눈치도 살필 필요가 없다. 이른바 온라인 주문, 오프라인 배송의 ‘클릭 앤드 모르타르’ 시스템이다.
처음 이 시스템을 도입한 실리콘밸리 로스 가토스의 온라인 DVD 대여업체 넷플릭스닷컴은 1년반 만인 최근 5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운영방식은 회원제. 회원들은 매달 14 ∼ 40달러를 낸다. 월 20달러짜리 정액회원제에 가입하면 한꺼번에 최고 3편의 영화를 동시에 대여할 수 있고 반환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과태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DVD 우송과 반송에 들어가는 우표값은 회사가 부담한다.
1400평 규모에 1만2000개의 타이틀과 270만장의 DVD를 갖추고 있는 새너제이의 이 회사 영업센터는 하루에 8만장 가량의 DVD 발송업무 처리능력을 갖고 있으나 장사가 잘되는 날에는 하루 최고 12만장의 DVD를 우송하거나 접수해야 한다.
이같은 판매호조에 힘입어 넷플릭스닷컴은 지난 달 e베이, 아마존닷컴 등 초대형 사이트들과 나란히 10대 최다 조회사이트의 반열에 올랐다. 한 줌 정도 되는 DVD 온라인 대여업체들 가운데 확실한 선두자리를 확보한 셈이다.
98년 4월 이 회사 설립당시만 해도 값비싼 DVD 플레이어를 구입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스튜디오들이 DVD로 공급하는 영화 역시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이 회사 헤이스팅스 CEO가 지난 97년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퓨어 아트리아’를 7억5000만달러에 넘기고 넷플릭스를 차린 데는 비디오 과태료에 대한 자신의 쓰린 경험 때문이다.
헤이스팅스는 “‘아폴로 13’을 제때 반환하지 못해 40달러의 과태료를 물었던 일이 있었다”고 회고하고 “분명 내 잘못으로 한달간 비디오를 반환하지 못해 벌금을 내야했으나 과태료가 얼마나 지독한 지 직접 겪고나니 더 이상 비디오를 빌릴 마음이 싹 가셔버렸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다른 도시에도 소형 영업센터를 개설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고객들의 만족도를 유지하면서 엄청난 온라인 잠재력을 지닌 초대형 영화대여체인인 블록버스터나 할리우드비디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가 넷플릭스가 직면한 최대의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DVD가 보편화되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메릴랜드주 클린턴의 DVD 애비뉴, 로스앤젤러스 카운티 소재 카슨의 네오렌털, 뉴어크의 렌트마이DVD닷컴 등 온라인 렌털 사이트들도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사의 조너선 가우 연구원은 “캘리포니아에서는 DVD 우편 대여업이 수지맞는 사업이지만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발송한 우편물이 고객에게 도착할 때까지 3일, 고객이 반송한 DVD가 업소에 되돌아올 때까지 꼬박 3일이 걸리기 때문에 시장 공략에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미 전국적인 브랜드 네임을 지니고 있고, 영화제작사들과도 특수 관계를 가진 블록버스터가 DVD 우편대여업에 뛰어들 경우 온라인 렌털사이트들을 대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DVD 플레이어는 현재 4가구당 1가구꼴로 비치되어 있다. 시장조사회사인 IDC는 DVD 플레이어의 보급률이 2005년말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넷플릭스의 경쟁사들도 성업중이다. 4달러에 7일간 비디오를 빌려주는 뉴저지주 벤트노(Ventnor)의 온라인 대여업체 DVD오버나이트닷컴 (DVDOvernight.com)은 대여량이 지난 1년간 매달 10∼15% 증가했고 지난해 12월 한달동안에만 30%가 늘어났다. DVD오버나이트닷컴의 고정고객은 4만명에 달한다.
이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블록버스터와 같은 비디오대여업체들은 DVD 전시면적을 25% 이상 늘렸으며 MGM과 컬럼비아 등 메이저영화사들도 구프로들을 DVD로 내놓고 있다.
헤이스팅 CEO는 고객수가 늘어나 현금 흐름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는 2003년에 가서야 실질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패트릭C기자 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