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고려대 교수 ahnms@korea.ac.kr
여당의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인터넷 투표가 도입된다고 한다. 전자민주주의가 확대되면 계층간 정보격차의 존재는 큰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는 사이버 공간에 형성된 전자정부의 시민권에 차등이 존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이 경우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치적 평등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는 정보인프라에 대한 균등한 접근을 정부가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인프라는 PC 보유와 인터넷 접속으로 구성된다. 정보인프라에 대한 균등한 접근은 이의 접근도를 모든 계층에 동등하게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보문화센터에서 발표한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의하면 정보인프라 측면에서는 계층간 정보격차가 소득격차와 거의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가 농촌에 비해 정보인프라 보유율이 높고, 학력이 높은 사람이 학력이 낮은 사람보다 정보인프라 지표가 높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정보격차가 존재하고, 산업별로도 3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정보인프라 지표가 1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지표보다 높다.
그러나 PC사용률과 인터넷 접속률을 사용하는 정보이용적 지표에서는 계층간 정보격차가 소득격차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현상은 계층간 정보이용 면에서의 격차는 정보인프라에 대한 용이한 접근과 함께 정보이용 교육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함을 말해준다.
우리 정부의 정보격차 정책을 보면 인프라정책과 이용정책이 혼재돼 있다.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한 PC보급 및 인터넷 무료접속 정책은 인프라적 정책이라 할 수 있고, 군 제대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화교육이나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화교육 등은 이용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보인프라에 대한 접근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접근이 용이한 국가로 분류된다. 교육정보화의 완성으로 초등학교에서는 100% 정보인프라가 구축되었고, 학교를 파한 후에는 집에 PC가 없는 경우에도 PC방 등을 이용해 정보인프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PC방 등을 잘 활용하면 정보인프라 접근 면에서의 정보격차 해소는 쉽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이용 면에 존재하는 정보격차 문제를 방치하는 경우의 경제적 문제는 산업사회에 형성돼 고착화되고 있는 계층간 소득격차가 정보화 사회에서 줄어들지 않고 가속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나타난다.
현재 산업별로 나타나는 정보격차의 고착화는 국민경제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정보산업만 살아남고 나머지 산업이 정보격차 때문에 고사할 경우 우리나라는 다양성이 상실된 획일적인 산업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산성비에 대해 독일의 산림이 미국의 산림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는 환경단체의 보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경제수림을 위해 단일수종으로 통일한 독일의 산림이 다양한 수종을 허용한 미국의 산림에 비해 산성비에 대한 내구력이 작았던 것이다.
2001년의 세계적 불황기에 한국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비해 충격이 비교적 작았다. 그 이유의 하나가 한국의 산업구조가 아직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1차, 2차, 3차 산업의 정보이용률을 높이고 산업간 정보격차를 제거하는 일이 정보격차 해소 정책의 한 축을 형성해야 한다.
정보격차 해소정책의 초점은 사이버 공간상의 시민권 부여라는 기본권 보장정책과 함께 계층간 소득격차의 해소라는 소득증진 정책이 맞물려야 한다. 정보격차 해소는 시혜적 정책이 아니고 21세기 우리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요한 생산적 정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