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che@kotef.or.kr>
‘쌈지 뜨지 말고 대해로 나가라.’ 바둑 두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되는 전략이다. 귀나 변에서 옹색하게 집지을 생각 하지 말고 바둑판의 넓은 중원, 즉 대해(大海)로 나아가서 세력을 넓히고 활로를 찾으란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바둑을 두다 보면 중원은 크기는 하지만 집을 만들기가 어려우니 귀나 변에서 치열한 전투를 시작한다. 그러다 한쪽이 끝내 중원과 연결이 안될 경우에는 세에서 밀려 패국을 맞게 된다.
요새 우리 벤처기업들이 국민정서법에 걸려들어 사방에서 두들겨 맞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꿈나무가 되었고 일본에 대한 영속적 기술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대를 하게 해주었던 벤처기업들이 이렇게 된 데는 대해로 빨리 나가지 못했던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매출액 면에서는 우리 수출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섬유·조선·석유화학 업종 등 기업의 10분의 1도 안되는데 주가는 10배가 넘어가니 누가 고운 눈으로 보겠는가. 더구나 그런 과정에서 몇몇 무늬만 벤처기업들이 주가조작 분탕질을 치고 전체 벤처업계가 도매금으로 혼이 나니 고소하다고 생각하는 정서도 있을 것이다.
그간 한정된 자금과 인력이 벤처기업으로 몰려갔으니 더욱 그랬을 것이다. 우리 벤처기업들이 벤처기업 확인증 하나 갖고 국내시장에서 쌈지를 떴던 업보이고 앞으로 대해로 나가라는 교훈인지도 모른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IT나 BT 등 신기술 시장이 우리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보부족 등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 벤처기업의 진출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의 IT산업이 그렇게 발전했다고 자랑을 해도 실제 그 부품·소재·소프트웨어 등의 해외 의존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돈벌어 남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다. 우리 벤처기업들은 좁은 국내시장에서 이전투구하는 것을 그만하고 큰 시장 진출을 서둘러야 되겠다. 정부에서도 IT수출이 얼마고 하는 근거도 애매한 통계자랑 하지 말고, 또 해외진출지원센터를 만들어주는데 부처소관 다툼이나 하지 말고, 우리 벤처기업의 대해 진출을 위해 다같이 지혜를 짜내야 될 때다. 그것이 벤처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