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악의 축’을 형성하는 국가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로 남북간 경제협력 기상도가 다시 흐려지고 있다. 부시의 이같은 초강경 발언은 최근 그동안의 경색움직임이 풀릴 조짐을 보이던 남북 IT교류협력 분야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이 돼버렸다.
대북 IT사업을 진행해온 한 기업가는 “부시의 발언은, 올해중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돼 펜티엄급 컴퓨터 등의 대북 반출이 사실상 허용됨으로써 남북 IT교류협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순간에 꺾어놨다”며 허탈해 했다.
다른 대북 전문가도 “IT교류 확대의 걸림돌인 대북 전략물자 수출입규정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북미관계 개선과 함께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벗어나는 게 필수적인데, 이번 일로 이를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수출관리규정을 수정하면서도 북한 등 ‘불량국가’에 대해서는 반출 가능한 컴퓨터 수준을 386급인 6MTOPS(초당 100만번의 이론적 실행횟수)로 묶어버림으로써, 펜티엄급 이상 컴퓨터의 북한 반출 금지조처를 유지시킨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가로 남겨놓는 한 고성능 컴퓨터 등의 대북 금수조처 해제는 물론, 반출 가능한 컴퓨터 수준의 업그레이드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눈치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이 테러지원국가 리스트에서 제외돼 대북 제재가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IT교류협력이 대(對) 테러전쟁의 그물망에 걸려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부터 미국이 대북 제재 해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남북 교류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기획조사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