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한국전자석유거래소 대표 scpark@oilpex.com
포레스트리서치사가 발표한 에너지 전자상거래 관련 전망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시장은 현재의 5000억달러에서 2005년경에는 3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가운데 선물·옵션 등 금융파생상품과 연계된 에너지 상품의 거래가 70%를 점유하게 될 것으로 포레스트리서치는 예상했다.
지난해 5월, 전통적인 세계 석유 3대 거래소 중의 하나인 영국 런던의 IPE가 출범 1년여에 불과한 인터넷 기반의 거래소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에 인수됐다. 이는 단순한 인수합병(M&A) 차원이 아닌 향후 석유 및 에너지 거래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전될 것임을 예상케 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오일펙스·오일체인·예스오일·넷오일 등 많은 여러 석유 e마켓이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거래액도 매월 수십%씩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대부분의 e마켓이 목표액을 상향조정할 정도로 석유 전자상거래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또 산자부 B2B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석유 업계의 e전이 기반 마련이 한창이다.
이같은 인터넷 및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에너지 시장의 형성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은 물론 국가경제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위치해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은 급격한 에너지 수요증가로 21세기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부각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민간에서 논의 및 구체화되고 있는 공동 석유비축, 시베리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전력계통망 연결을 통한 국가간 전력교역 등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우리나라를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고자 하는 데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산업에 대한 자유화 및 민영화를 서두르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국가에 의해 관리돼 이제는 거의 상실된 에너지 시장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업계와 전자상거래 업계의 진로는 명확하다. 첫째, IT와 금융기술(FT)의 연계를 통한 에너지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자상거래는 석유 부문만이 활성화돼 있는 상태고 전력 및 가스 같은 부문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미국 및 유럽 등에서 에너지 전반에 걸쳐 전자상거래가 적용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석유 부문도 실물을 중심으로 거래되고 있으나 FT와의 연계는 법적·제도적 한계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볼 때 금융파생상품과 연계될 경우 시장 규모는 몇 배에 달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글로벌 에너지 B2B e마켓플레이스를 지향해야 할 시점이다.
이미 미국 및 유럽의 에너지 B2B 업체는 국내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에너지 전자상거래 및 에너지 서비스의 표준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는 2001년 5월 개최된 APEC 에너지실무그룹 에너지 전자상거래 및 에너지 서비스 세미나에서 거듭 확인됐다. 또한 일본도 재팬오일익스체인지(JOX)라는 인터넷 기반의 석유 선물 거래소를 개설할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탄화수소 배출권 및 날씨 파생상품을 거래하기 위한 회사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 석유·에너지 시장의 선점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석유 e마켓도 이와 관련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적·문화적 차이로 미미한 상태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축이란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우리나라가 동북아 및 아시아의 에너지부문의 e허브가 된다면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 및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기술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도달 가능한 목표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IT 및 전자상거래 업체 등 온라인과 정유사·종합상사 등 오프라인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며,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