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경 리테일네트워킹 사장 pklee@gumebu.com
공급이 수요보다 적을 때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고, 또 상품을 신경 써서 관리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공급자가 왕이니까 주는대로 받아다 팔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상품관리도 해야 하고 원가절감도 해야 하고 마케팅 전략도 세워야 한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왕이므로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표준 바코드다. 단품관리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코드는 표준화되어 있고 또 국제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상공회의소 산하의 유통정보센터에서 관장하고 있다. 더우기 최근에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비즈니스도 활발해져서 바코드의 역할은 아주 중요해졌다. 전자 카탈로그를 만든다든지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한다든지 하는 것도 다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표준화로 가기에 너무나 많은 걸림돌이 있다. 기존 업무의 흐름을 개선하는 것부터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상품 코드, 거래처 코드, 각종 분류 코드 등을 표준화하는 것, 그것뿐만이 아니다. 물류의 팔렛 규격에서부터 창고, 트럭까지 모두 규격이 틀리다보니 실제로 거래에 드는 비용보다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많은 실정이다.
표준화를 꾀한다는 것은 표준 바코드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간접비용을 절감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결국은 기업의 생존전략으로까지 확대시키는 아주 중요한 이슈인 것이다.
바코드를 정확히 입력하고 입력된 데이터를 기초로 가공분석한 정확한 리포트는 유통·물류·제조회사 모두가 원하는 마케팅 정보다. 최근 제조회사와 유통회사가 판매 혹은 재고 정보를 공유해서 유통 총 공급망관리(SCM)를 하자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에서도 민관합동 SCM추진위원회를 3년 전부터 결성해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발표하며 국제경쟁력에 뒤지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왜냐하면 표준 바코드 사용이 단품관리를 잘 하게 되고 판매시점관리(POS)의 단품관리 데이터가 SCM의 기초가 되기 때문인데, 이는 표준화 그 자체가 정보기술(IT)화의 기초이자 국제경쟁력의 기초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보다 SCM이 앞서간다는 것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