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9일은 HP와 컴팩의 운명을 좌우할 최대의 날’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 투표 D데이가 마침내 잡혔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컴퓨터·프린터업체인 휴렛팩커드(HP)는 23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컴팩과의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찬반 총회를 내달 19일(현지시각) 개최한다고 밝혔다. 컴팩도 HP보다 하루뒤인 20일에 주주들의 찬반투표를 열 예정이다. 양사는 이같은 사실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CE: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와 주주들에게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3일 양사는 당시 250억달러로 추정되는 대형 합병 계획을 발표, 세계IT업계를 술렁이게 했다. 그러나 최대 단일 주주이자 창업자 후손인 월터 휴렛 등이 합병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적신호가 켜졌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HP-컴팩 합병을 승인,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HP-컴팩 합병은 지난해 9월 발표 이래 최근까지 4개월간 합병에 찬성하는 HP·컴팩 경영진과 합병 반대 측인 월터 휴렛 이사 진영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방은주 ejbang@etnews.co.kr>
★일지로 본 HP-컴팩 합병 .
◇2001년 9월 4일: HP-컴팩 250억달러 규모 합병 전격 발표
HP는 이날 주식교환방식으로 경쟁사인 컴팩컴퓨터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 세계IT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세계 2, 3위 PC업체의 합병으로 특히 IBM이 긴장했다. HP와 컴팩의 매출은 각각 470억달러와 400억달러에 달해 이를 합하면 870억달러가 된다. 이는 컴퓨터업체 중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IBM의 9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합병사의 지분은 HP가 64% 그리고 컴팩이 36%를 각각 가지기로 했다.
◇12월 8일: 최대주주 패커드재단 합병 반대 입장 표명
HP 단일 최대 주주인 데이비드 앤드 루실 패커드 재단이 이날 HP의 컴팩 인수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시 재단은 발표문에서 “철저한 조사와 검토 끝에 합병을 하지 않는 것이 HP 재단에 이익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패커드 재단이 보유한 HP 지분은 10.4%에 불과하지만 앞서 합병 반대의사를 표명한 창업주 일가의 다른 신탁과 재단의 보유 지분을 합치면 총 지분이 18%에 달한다.
◇12월 17일 :월터 휴렛 HP 이사 HP와 컴팩 이사회에 합병 우려 서한 전달
월터 휴렛 HP 이사 겸 창업자 후손은 주주들과 투자분석가들이 HP와 컴팩 간 합병에 불만이 많으며 또 양사 합병건이 주총 표결에 부쳐지면 부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서한을 HP와 컴팩 이사회에 전달하며 합병 반대 활동 강화.
◇12월 17일 :HP, 컴팩 경영진 합병 성사 총력전
HP와 컴팩 경영진들도 월터 휴렛의 합병 반대 행보에 맞서 주주들을 상대로 합병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합병성사를 위한 총력전을 전개했다.
◇12월 31일 :HP 경영진 vs 월터 휴렛 컴팩 합병 격돌
월터 휴렛이 다른 주주들에게 컴팩과의 합병안을 부결시킬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리 위임장을 제출하자 이의 하루 뒤에 HP도 합병 계획을 적극 옹호하며 맞불 전개.
◇2002년 1월 8일 :피오리나 HP 회장 동계가전전시회(CES)에서 다시 한번 합병 옹호
피오리나 회장은 “합병은 주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을 가져온다”고 역설.
◇1월 15일 :월터 휴렛 이사 HP 주주들에게 왜 자신이 합병을 반대하는지 서한 발송.
◇1월 18일 : HP-컴팩 합병문제 ISS가 ‘핵’으로 부상’
HP와 컴팩간 합병문제가 위임장 대결로 비화되면서 세계 최대 투자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행보에 관심이 집중. ISS는 세계 700여개 기관 투자가들에게 주총 표결 권고안과 각종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로 이 회사의 권고안은 대주주의 표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월 23일 :HP 이사회도 주주들에게 합병의 당위성을 옹호하는 서한 전달
◇1월 30일 :양측 ‘디지털 홍보전’ 개시
HP의 컴팩 인수를 둘러싸고 찬반 양진영이 ‘디지털 홍보전’까지 전개. HP 경영진은 30일 합병 반대진영인 월터 휴렛 이사가 합병 저지를 위한 웹 사이트 (http://www.votenohpcompaq.com)를 개설한 지 불과 며칠만에 양사간 합병을 지지하는 보다 공격적인 양방향 웹 사이트(http://www.votethehpway.com)를 개설했다.
◇2월 1일 : EU HP-컴팩 합병 승인
유럽연합(EU)은 235억달러로 추정되는 HP와 컴팩의 합병에 대해 승인하기로 했다고 발표. 당시 EU 반독점 당국인 경쟁위원회는 “지난 1개월간 HP-컴팩 합병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HP가 컴퓨터 가격을 상승시킬 만한 세력이 되지 않는 등 합병사가 유럽 정보기술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방은주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