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에너지 기업 엔론의 파산을 계기로 부실회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관련 업계, 특히 신생 벤처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목표수익을 맞추기 위해 분식결산을 일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너제이머큐리 뉴스(http://www.mercurycenter.com)는 미국 IT기업들이 이를 위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할 때 인수·합병(M&A)에 따른 비용은 물론 부실자산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스톡옵션, 특허 취득 및 소송, 컨설팅 수수료 등의 비용까지 장부에서 누락시키는 방법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인수&합병=보안업체 베리사인은 지난 24일 특별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4분기에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주당 19센트보다 많은 주당 33센트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폭등했다. 그러나 이는 최근 이 회사가 일루미네트홀딩스를 인수하는 데 따른 비용을 제외한 것이다. 만약 이 회사가 원칙(GAAP)대로 이 비용을 회계에 반영했다면 4억달러, 주당 1.91달러의 적자로 전환된다.
◇부실자산=네트워크장비 업체 익스트림네트웍스도 지난 1월 24일 내놓은 실적발표에서 부실자산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익스트림은 네트워크 제조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면서 1250만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임대해주었는데 최근 이 회사가 파산하면서 이들 장비가 대부분 부실자산이 됐다. 이에 따른 비용을 회계에 반영했다면 익스트림도 지난해 9월에 끝난 2002년 1분기에 흑자를 낼 수 없었다.
◇스톡옵션=직원들에게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주식선택매입권)은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를 회계에 적극 반영하는 회사는 드물다. 베어스턴스가 최근 발행한 보고서는 실링크,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 지벨 등 실리콘밸리에 있는 10여개 IT업체가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데 따른 비용을 회계에 정직하게 반영했다면 2000년 주당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폭로했다.
◇컨설팅=최근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컴퓨터 업체 SGI가 지난주 지난해 2분기 40만달러의 경상흑자를 발표한 것도 그 내용을 보면 이 회사가 오라클에 지불해야 하는 1000만달러에 달하는 컨설팅 비용을 제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IT기업들은 이 밖에도 회계를 흑자로 만들기 위해 특허 취득과 소송, 심지어 CEO와 CFO 등 회사 경영자를 스카우트한 후 헤드헌팅 회사에 지급한 막대한 수수료까지 누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회계 관행이 불법은 아니지만 기업의 경영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고 새너제이머큐리 뉴스는 충고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